전주 대사습놀이 개선 방안 모색
최 정철
· 2016년 수원화성문화제 총감독
· 2017년 전주대사습놀이 총감독
<사진: 전주대사습놀이보존회>
1. 개요
▪ 조선시대 최고의 공연예술 경연대회
· 판소리와 기악, 농악 등 한 민족 전통예술이 참여해서 분야별 기량을 펼치는 경연 성격의 행사
▪ 특징
·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 받은 한민족 대표의 인류문화재로서 전세계적으로 고유한 창법과 기교, 무대 표현상의 연희적 특징을 갖춘 판소리를 비롯 해서 국악 분야 장르별로 1년에 한번 자웅을 겨루는(마치 리우데자네이로 삼바 카니발 학교 학생들이 1년 단위로 경연을 벌이듯) 독특한 경연 방식의 축제다.
· 이곳에서 실력을 인정받아야 비로소 대가(大家)의 반열에 오를 수 있기에 예인들의 ‘꿈의 경연무대’로 추앙받고 있다.
2. 탄생
▪ 원래는 마상 궁술대회였던 대사습(大射習)
· 조선 숙종조 때 전주에서는 해마다 동짓달이 되면 마상궁술대회를 시행 했다. 그래서 원래 명칭도 많은 무인들이 모여 활쏘기를 습련했다는 뜻으로 대사습(大射習)이었다. 이때에는 판소리 시연, 백일장, 통인들의 물놀이가 부속 프로그램으로 시행되었다.
▪ 통인들에 의해 계승 발전
· 영조조에 들어서면서 전주의 전라감영 통인청(通引廳)과 전주부 통인청, 두 군데 통인들이 주도해서 전주의 다가정(지금의 천양정), 군의정, 진북정, 의방정 등의 정자에서 대사습 대회를 열기 시작했다.
3. 성장
▪ 판소리 공연에 민중 열광
· 행사가 치러질수록 백성들은 마상궁술대회보다는 판소리 공연에 폭발적인 호응을 보이기 시작했고 이에 두 통인청의 아전들과 지역 한량들이 경쟁적으로 전국의 명창들을 초빙, 판소리 공연을 벌였다.
▪ 전국 명창들의 경연장
· 전주 대사습놀이가 이와 같이 변모하자 전국의 판소리 명창들은 이곳에서의 공연을 통해 자신을 부각시키려고 치열한 경쟁을 벌였고 그로써 명칭도 활쏘기 대회인 대사습(大射習)에서 ‘소리공부’ 뜻의 ‘사습(私習)’이 들어간 ‘전주 대사습(大私習)놀이’로 전환되어 조선이 멸망할 때까지 존속되었다.
· 일제 강점기 때 폐지되었다가 1974년 복원되었다.
4. 운영 체계
▪일반 공연
· 개막식, 기획 공연, 프린지 공연, 참여 프로그램 등으로 운영된다.
▪경연
· 성인부(2016년 기준)
- 판소리명창부(대통령상), 명고수부(국회의장상), 농악부(국무총리상), 기악부(문화체육관광부장관상), 무용부(문화체육관광부장관상), 민요부(문화방송사장상), 가야금병창부(대회장 전주시장상), 판소리일반부(문화방송사장장), 시조부(대상문화재단이사장상), 궁도부(국방부장관상) 등 10개 종목으로 진행한다.
· 학생부(2016년 기준)
- 전주문화방송 주관의 별도 행사로 치러진다.
- 판소리(문화체육관광부장관상), 농악(문화체육관광부장관상), 관악(문화체육관광부장관상), 현악(문화체육관광부장관상), 무용(문화체육관광부장관상), 민요(전라북도지사상), 가야금병창(전라북도지사상), 시조(전라북도교육감상), 어린이판소리(전라북도교육감상) 등 9개 종목으로 진행한다.
· 성인부와 학생부 공히 같은 방식으로 평가한다.
- 판소리 : 공력 30%, 박자 30%, 가사 15%, 성음 10%, 발림 15%
- 농악 : 구성 30%, 기교 30%, 의상 20%, 반응 10%, 율동 10%
- 기악 : 박자 30%, 공력 40%, 성음 20%, 자세 10%
- 무용 : 기능 50%, 내용 20%, 의상 10%, 음악 10%, 자세 10%
- 가야금병창 : 박자 30%, 공력 30%, 성음 20%, 가사 10%, 자세10%
- 시조 : 공력 30%, 문법 20%, 박자 20%, 곡태 20%, 자세 10%
- 명고수 : 한배 30%, 공력 25%, 강약 20%, 추임새 15%, 자세 10%
5. 문제점
▪일정상의 오류와 풍남제의 부속 프로그램으로 전락
· 1959년 전주시의회에서 단오 날을 시민의 날로 정하고 단오놀이와 풍남문 등지에서의 가장 행렬을 토대로 축제를 시행하도록 했다. 1968년 풍남문 중건 2백 주년을 맞이한 의미로 시민의 날(단오 날) 전후에 치러지던 모든 행사를 통합해서 ‘풍남제’ 명칭으로 통합 공식화했고, 1974년 복원된 대사습놀이가 이 풍남제의 부속 프로그램 성격으로 포함되고 말았다.
▪정체성 실종
· 풍남제에 귀속됨으로써 대사습놀이 본연의 독립적 정체성이 약해졌다. 대사습놀이를 풍남제에 포함한 것은 일제 강점기 이후 폐지되어 왔던 것을 활성화시킨다는 차원에서 풍남제에 포함시켰다고 봐야 할 것이나, 풍남제 기간 동안에 시행되다 보니 풍남제라는 큰 판 안에서 대사습놀이가 지니고있는 지명도가 상대적으로 약해지면서 고유 이미지마저 증발한 것이다.
· 대사습놀이를 부속 프로그램으로 보유한 모(母) 축제인 풍남제가 최근 들어 쇠락하고 있는 것도 대사습놀이의 정체성을 더욱 흔들고 있다.
※ 풍남제의 쇠락과 축제로서의 생존력 상실은 그동안 풍남제를 위해 헌신적 노력을 기울였던 풍남제전위원회의 몰락(가장 열성적이었던 이사장과 사무국장의 사망으로 추진력 쇠퇴)에 따른 결과다.
※ 풍남제 조차도 자체 정체성을 상당 부분 놓치고 있다. 풍남제의 기본 컨셉은 ‘맛과 멋’이다. 그중에서도 전주시가 은연중 내세우고자 했던 것은 ‘맛’이었다. 풍남제를 통해 ‘전주비빔밥’ ‘콩나물국밥’ ‘돌솥밥’ 등 전주 토속음식의 관광 상품화를 기획했던 것이다. 물론 그런 컨셉도 근래 들어 많이 퇴색되면서 단순한 지역 축제로 성격이 굳어져 왔다.
※ 원래 풍남제는 고려 중반부터 즐겼던 ‘단오물맞이’가 그 시원이 된다. 그와 함께 특별했던 것이 바로 난장(亂場)이었다. 단오물맞이가 시작되면 전주 인근 사람들이 전주부로 몰려들어 각종 음식과 단오놀이를 즐겼다.
- 이규보, 『동국이상국집』.
▪심사제도의 불공정성
· 대사습놀이가 대가(大家)의 반열에 오르는 첩경이라는 ‘용도’로 각광을 받다보니 몇 몇 심사위원으로 운영하는 심사 과정에 불공정한 방법이 횡행하게 되었다.
· 대략 70년대부터 국악계에서는 일부 지도자들이 제자들로부터 금품향응 받는 것을 당연시하는 풍토가 일어나기 시작했고 이런 현상이 차츰 토양화되면서 각종 경연대회 심사 과정에까지 유사 현상이 비일비재해졌다. 대사습놀이도 예외가 되지 않았고, 출전자들의 입상에 대한 강박관념과 심사 위원으로 위촉되는 원로 및 국악 전문가들의 권력이 비뚤어진 방식으로 결합, 폐단이 생겨난 것이다.
※ 국악계는 계보를 중시한다. 따라서 자기 제자가 출전하는 대회에 심사 위원으로 위촉되면 당연히 제자에게 가점을 줄 수밖에 없고, 일부겠지만 또 이것을 조건으로 해서 해당 제자는 금품 향응을 행하는 것이 관례화 되었다.
▪전주대사습놀이 본연의 위상 추락
· 풍남제의 부속 프로그램화, 정체성 실종, 경연 심사 폐단 등으로 인해 전주대사습놀이의 위상은 여지없이 실추되고 말았다.
· 심사 폐단 문제로 인해 2017년 들어 행정자치부에서 대통령상 훈격 수여중단을 전격 결정하고 말았으니 전두환 정부 시절 어렵게 되찾은 대통령상을 또 다시 잃은 것이다. 대통령상이 폐지되면 일차로 국고 지원이 끊어진다. 물론 언젠가 좋은 시절이 찾아와 관의 재정 지원에 좌지우지 되지 않는 것이 지역 축제의 궁극적 이상이요 꿈의 목표겠지만 급작스러운 정부 예산 지원 차단은 한창 의욕 넘치고 있던 지자체에게는 지금 당장에 있어서 현실적으로 상당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 대통령상 폐지가 주는 핵심적 손상은 바로 출전자들의 동기부여 약화라 할 수 있다.
6. 개선 방안
▪심사방식의 체질 변환
· 최근 들어 그동안의 주관 측이었던 전주대사습놀이보존회에서 심사제도개선 관련해서 의지를 보이고 있으나 전문가(명인) 위주 심사진 운영으로만 행해지는 심사 방식은 자칫 또 다시 폐단이 생기거나 외부로부터의 불신 시선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 전문가 위주의 심사진 구성 방식에 대수술을 가해야 한다.
<참고 예>
➀ 예선대회는 전문가 배제, 관객만 참여하는 완전개방형 심사방식 적용
- 대사습놀이 초창기 당시처럼 관객의 호응만으로 판정한다.
※ 예를 들어 공연 완료 후 관객들이 꽃을 무대에 던져주는 등 현장 호응도를 가지판정하는 방식으로 운영한다면 경연의 축제성 과 극적 신명을 충분히 살릴 수 있을 것이다.
※ MBC TV <복면가왕>에서의 관객 평가단은 단말기를 사용한다.
- 관객이 주인공 자격으로 심사하는 방식이라면 관객 중심의 축제라는 의미도 살 것이고, 또 그로써 일반인의 행사 참관도가 높아질 것이다.
② 본선대회는 전문가 심사진 참여 방식에 공정성을 확보한다.
- 출전자 전수 대상의 투표로 심사위원을 선정한다.
※ 보안을 철저히 기한 상태 하에서 심사진 구성 인원수의 3~5배수에 해당하는 심사위원 후보들을 번호 명단으로 작성→출전자들이 출전 신청할 때 심사진 구성인원수에 맞추어 후보 명단에서 뽑은 번호를 제출(예를 들어 심사진이 총 7명 구성이라면 출전자들은 각각 임의의 후보 번호 7개를 무작위로 선정)→득표수 순으로 심사진 확정(2008년도 제정 행정자치부 예규 제124호 내용을 차용한 방식)
- 관객도 심사에 공동 참여한다.
: 전문가와 관객 혼성 참여로 심사진 구성
- 각각 정해진 점수 범위 내에서 채점해서 합산한다.
: 전문심사단 만점 OO점+관객심사단 만점 OO점=총 100점 만점
- 관객심사단은 전문심사단 인원수의 10~20배 정도 인원으로 구성한다.
: 사전 인터넷 홈페이지 공모→홈페이지 접수→자동 추첨→선정
: 심사 참여 시 소정의 사례비 지급(검토)
- 관객심사단 선정 후 워크숍 등 심사에 대비한 사전 교육을 실시한다.
- 전문심사단의 채점은 최고점수와 최저점수를 제외한 나머지 점수로 평균을 내어 평가 점수를 산출한다.
- 관객심사단이 채점한 점수는 점수 작성용 단말기 작동 등으로 집계한 후 평균을 내어 평가 점수를 산출한다.
- 채점 점수는 현장에서 즉석 공개한다.
: 전광판 등 영상장비 활용
· 전문가 심사를 완전히 배제하는 방안도 가능할 것이다. 대규모 관객에 의한 집단 채점 방식으로 최고 예인을 선발함으로써 전통 축제의 성격(집단적, 초월적, 몰아)을 구현할 수 있다. 개인주의적 스펙타클화를 추종하는 현대 축제 양상에는 분명 전통 축제가 지니고 있는 축제성에는 절대 미치지 못하는 ‘그 무엇’이 있다. 이를 테면 ‘집단 엑스터시’를 들 수 있는데 EDM Festival의 폭발적 인기가 바로 이것에 기인한다는 것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당대 명인의 실력을 일반 관객으로부터 평가받는 것에 대한 불편함이 제기 될 수 있으나, 전문가 심사 배제의 ‘오직 일반 관객 평가에 의한 선발’에 대한 인식 제고에 힘써 제도를 정착시킨다면 대사습놀이의 고유성이 확보되는 것이며 그로써 명인들도 장원으로 선발되는 것에 대해 충분히 자부감을 가질 수 있고 상훈의 품격도 얼마든지 세인의 인정을 받을 것이다.
※ 예를 들어, 5백 명~1천 명 정도의 대규모 관객 심사단 운영을 상상해 보라. 매 종목의 경연마다 현장에는 긴장과 환호, 관전 재미 등이 끊임없이 생산될 것이다. 세계적으로도 유래를 찾기 힘든 경연대회로 이목을 집중 받을 것이고 축제성 확보 및 정립 또한 가능해 지기에 세계적인 축제로 성장하는 것에 충분한 조건이 될 것이다. 이것은 대사습놀이가 원래 가지고 있던 ‘민중성’을 되살리는 길이 될 것이고, 그 민중성의 가치가 곧 전주 대사습놀이를 독보적인 축제로 거듭나게 할 것이다.
▪풍남제와의 일정 분리
· 풍남제 부속물로서의 이미지부터 없애기 위해서 행사 일정을 풍남제와 분리해야 한다.
- 현재 풍남제는 성장 동력을 상실한 축제다. 대사습놀이라도 살아 남으려면 풍남제와 냉정하게 이별을 고해야 한다. 물론 풍남제도 조속하게 되살아나야 할 것이고, 각각 재활 후에는 애초의 모습으로 돌아가서 서로 갈 길을 가면 된다.
· 원래 시행 기간이 동지 달이었으니 동지 달로 옮겨야 하는 것이 원칙이겠지만, 오늘날의 시의에 맞추어 외래인 방문을 고려하는 등 빅 데이터를 활용해서 일정을 상정해야 한다.
▪원형 복원 재연
· 판소리 경연 부문과 그 외 종목인 민요, 농악, 가야금 병창, 궁도, 시조 등 부문을 구분해서 두 통인청에서 경쟁적으로 판을 벌였던 때의 원형을 복원하는 방안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시대성 반영
· 대사습놀이의 중심 콘텐스인 판소리의 저변확대를 위한 프로그램 전략이 있어야 한다. 즉, 축제의 대표 프로그램 강화 전략을 찾아야 한다는 뜻이다.
<참고 예>
➀ 판소리 바탕의 ‘컨템퍼러리 국악 뮤지컬’ 제작 공연(상설)
- 가장 한국적인 연희 종목인 판소리를 이용, 예술성 높은 공연예술로 재포장해서 문화관광 상품화한다.
- 초보자나 젊은 층, 외국인 관광객들의 적극적인 참관을 유도할 수 있으며 대사습놀이를 충분히 즐길 수 있는 매개체가 될 것이다.
※ 축제는 독특함을 찾아 헤매는 축제 매니아들의 표적이 되어야 살아 남는다.
② 월드뮤직 페스티벌로 외연 확대
- 판소리는 World Music으로서의 세계적 입지를 갖추고 있는 독특한 연희 종목이기에 충분히 국제 교류 문화 아이템이 될 수 있다.
- 전세계 국가의 고유 전승 음악을 초빙해서 World Music Festival로 운영한다면 국제 교류를 통한 글로블 콘텐스로서의 입지를 강화할 수 있을 것이다.
- 전주 소리축제와의 연계를 통한 페스티벌 제작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풍남제와의 통합은 연계성이 없음으로써 서로 물과 기름 관계였다면 소리축제와의 통합은 강력한 컨셉 연계가 이루어지기에 상생 효과 창출이 가능할 것이다.
③ 유소년~청소년 대상 오디션 프로그램 운영
- 시대성 반영의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 분야별 오디션 프로그램을 개발, 참여 동기를 확대한다.
- 합격자를 멘티로 삼아 특별 지도를 해주는 멘토(명인) 프로그램 개발 적용하면 보다 강력한 참여 동기가 만들어질 것이다.
- ‘오디션 참가=집객’ 효과를 창출할 수 있다.
- 청소년기부터 전통 문화에 대한 일상 생활화를 유도할 수 있다.
④ 대사습놀이의 원형 계승
- 대사습놀이의 대표 종목인 판소리를 앞세워 ‘완창 판소리’와 같은 기획 공연을 운영함으로써 원형 유지에의 노력도 있어야 할 것이다.
▪관객 서비스 프로그램 보완
· 대상으로 선발된 예인들의 사은(謝恩) 무대(뒤풀이 공연)를 대미 장식 프로그램으로 특별히 운영한다면 축제적 신명을 더 향유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