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올림픽을 치른 후 1980년대 말 한국사회에 이상구 박사가 혜성같이 등장했다. 그는 우리 몸의 통증을 제거하는 호르몬 엔도르핀을 부각하여 대중에게 건강의 중요성을 전파했다. 당시 그가 나오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은 웬만한 오락·연예 프로그램보다도 더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상구의 엔도르핀 연설은 시의적절했다. 사람들은 산업화와 민주화로 70~80년대를 숨 가쁘게 살아오면서 지쳐있던 참이었다. 대중은 이제 건강을 돌아보고 여유를 가질 때라고 설파하는 이상구의 목소리에 큰 반향을 일으킨 것이었다.
1990년대 초에 또 한 명의 건강 스타가 등장한다. 신바람 건강법을 외치는 황수관 박사이다. 걸쭉한 그의 입담은 시들해져가던 건강 바람에 다시 불을 붙였다. 황수관 박사는 올바른 생활습관과 스트레스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웃으며 신바람 나는 삶을 살자고 주창했다.
이상구와 황수관이 20년 전에 이야기한 ‘기분좋은 삶’은 2000년대의 사회적 풍속을 예견한 것이기도 하다. 국내외를 불문하고 물질적 복지가 충분하지 않은 시대이기에 사람들은 정신적 복지인 ‘웰빙(well-being)’에 이끌린다. 경쟁적인 다급한 삶 속에서 사람들은 ‘느리게 살기(slow life)’라는 역트렌드에 눈을 돌린다.
두 사람은 버거운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말한다. 삶에 대한 자기긍정이 우리를 지탱하는 힘이고 마음의 행복이 우리가 지향해야 할 목표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