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의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중단 시킨 것도 세계최고의 휴대폰이었다.
역사상 초유의 휴대폰 벨소리에 의한 연주중단 사태가 지난 화요일(2012년 1월9일 저녁, 뉴욕시간) 일어났다. 뉴욕 맨해턴 링컨센터, 앨런길버트가 지휘하는 뉴욕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구스타프 말러의 교향곡 9번 4악장을 연주하고 있었다. 영혼을 파고드는 아주 평화스런 소리가 객석을 사로잡는 순간이었다. 갑자기 객석 맨 앞줄에서 아이폰의 기본 벨소리 중 하나인 "마림바" 링톤이 울린 것이다. 지휘자 길버트는 마에스트로답게 이를 무시하고 계속 지휘해 나갔다. 그러나 3분이 지나고 소리는 멈추지 않자 그의 팔 놀림은 살그머니 힘이 빠지며 양 손이 내려졌다. 순간 교향곡 연주는 중단되었다. 그런데도 벨소리는 계속 울려댔다. 휴대전화 벨소리때문에 연주가 중단된 건 뉴욕필 공연사상 처음이라 한다.
지휘를 중단한 지휘자는 "휴대폰 꺼 주십시오"라고 정중히 요청했으나, 꺼지지 않았다. 객석에서는 "내쫓아버려(Kick him out)" "벌금물려야지(Thousand dollar fine)" "나가세요(Get out)" 세 마디 고함이 나왔다. "이제 됐나요?(Are you finished?)"라고 계속 나즈막히 지휘자는 말했다. 그래도 벨소리는 그치지 않자, "그럼, 기다릴께요(Fine, We"ll wait)"라며 슬며시 지휘봉을 내려 놓았다.
맨 앞줄에 앉아있던 노신사는 그제서야 전화기를 껐다. 지휘자는 객석에 말했다, "보통은 딴 소리에 방해 받는 것보다 연주를 중단하는 것이 훨씬 더 안좋은 일입니다만,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는 돌아서서 단원들에게 "자, 118번으로" 하며 4악장을 중간부터 다시 연주하기 시작했다.
연주는 계속되었지만 객석에서는 끊어진 감상의 흐름과 감정을 곧 되찾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가 뉴욕타임즈와 CNN에 다음날 얘기한 말이다.
"It was so shocking, what happened. You"re in this very far-away spiritual place in the piece. It"s like being rudely awakened. All of us were stunned on the stage."
(너무 놀랬다. 충격적이었다., 영감을 불러 일으킬 즈음에 느닷없이 잠을 깨우는듯한 일이었고, 모든 연주자들이 무대위에 아연실색해 갔다)
그는 프로답게 화난 모습을 보이지 않았고, 목소리를 높이지도 않았다. 그저 낮은 목소리로 차분하게 수습하고 나아갔다. 많은 트위터와 블로거들이 그를 칭찬했다.
요즘 모든 공연장에서 공연 시작전에 그토록 휴대폰을 에티켓 모드로 바꿔달라고 요청한다. 그러나 이제 아이폰 같은 첨단의 스마트폰이 나오면서 사용에 익숙치 못해 이런 일들이 발생하는 것 같다. 악장과 악장 사이에 박수치는 일도 종종 일어난다. 공연예절을 위해 좀더 신경을 쓸 때다.
CNN뉴스:
//edition.cnn.com/2012/01/12/us/new-york-symphony-philharmonic-flap/index.html?hpt=hp_c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