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를 잘 사귀어야 한다는 말은 일단 불멸의 명언이겠지요.

좋은 친구를 사귀어야 그래도 중간정도의 사람은 될 수 있다는 것, 내 못난 것을 대신해서 그런 친구가 커버해줄 수도 있다는 뜻을 동시에 품고 있으니..

나쁜 친구라 하면..나는 좋은데 너는 나쁜 경우, 나는 나쁘고 너는 좋으나 내눈에 네가 나쁘게 보일 경우, 둘다 나빠서 남들이 그놈이 그놈이라고 말하는 경우가 아닐까 싶습니다.

요즘 저는 주변에 나쁜 친구들(?)이 천지에 득시글거립니다.

모처럼 연습장 가겠다면..술 먹자고 동네까지 찾아오는 친구.. 쌀밥 먹고싶은데 물어보지도 않고 보리밥 집으로 데려가는 놈.. 축구보고싶은데 야구장 표 끊어서 앞장서는 이.. 조용필 콘서트가고 싶은데 클래식 콘서트가자고 우기는 놈.. 또 뭐 많죠..

에니웨이~~ 사람 사는 동네에 꼭 좋은 일만 진행되지는 않죠.

지난 토요일..예술의 전당에 꼭 와야된다면서 부부동반으로들 저녁시간에 나오라고 나쁜 친구가 불러냅니다.

클래식이라..음악 좀 안다는 이들은 재미있겠지만, 시골출신인 저로서야 무슨 생뚱맞은 바흐가 어떻고 드비시가 어떻고 더욱이 림스키코르사코프가 어떠니 하면서 어거지로 등떠밀려서 가는  것이 뭐가 그리 즐거운 일이겠습니까?..ㅎ

와이프는 서울출신이라서 그런지 이런 것도 좋다고만 합니다. 한껏 머리손질도 하고..양장도 차려입고 가자고 보챕니다. 친구부부 몇명이 간다고 하니 저도 사회성이라는 것이 있기는 하니까 가기는 가죠..뭐..소 팔러가는데 개 따라가는 격으로..

예술의 전당..요즘의 초저녁 날씨는 선선하고 참 좋았습니다.

춤추는 분수대도 참 보기 좋게 음악에 맞춰서 하늘거립니다. 

음악회 시작시간이 밤 여덟시이다보니까 주변의 식당에서 저녁식사들을 마친 사람들이 컨서트홀 앞에서 커피도 마시고 사진도 찍어가면서 느긋하게 기다립니다. 

위에서 말씀드렸던 나쁜 친구들(고교 동기들) 부부도 이쯤에서 같이 한 컷 찍어봅니다. 

시간맞춰서 입장하니 8만원짜리 R석 티켓이라고 3층으로 올라 가서 앉으라는데..1층에서 봐야 연주하는 사람들 얼굴이라도 좀 볼 수 있으련만..얼굴들이 주먹만하게 보이네요. 

 연주회가 끝나고 단원들 회식시키는 자리에 참석합니다.

제아무리 유명한 사람들이라도 먹고 마시는 모습은 다 똑같다는 것을 확실하게 보여주는 풍경입니다. 

 친구..참 잘 만나야 합니다.

저로서는 친구 잘못만나서 졸리는 저녁을 보내는 횟수가 많다고 생각하고..반대로 친구들은 불러내주면 고맙다고

안하고 시큰둥하게 여기는 저를 얼마나 나쁜 친구로 볼까도 생각해볼 수도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