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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지역문화 가꾸는 강릉단오제위원회 김동찬 상임이사
TheFestival 기자    2013-06-27 18:06 죄회수  15517 추천수 3 덧글수 4 English Translation Simplified Chinese Translation Japanese Translation French Translation Russian Translation 인쇄  저장  주소복사

2013강릉단오제(江陵端午祭)가 "천년의 힐링로드"를 주제로 영신행차, 단오굿, 관노가면극, 조전제, 송신제 등 지정문화재 행사를 포함하여 다양한 축제 프로그램을 풍성하게 펼치고 지난 16일 성황리에 폐막되었다. 유네스코 인류구전 및 무형유산 걸작으로 등재되어 있고 우리나라 중요무형문화재 제13호인 강릉단오제는 항상 축제인들의 관심 속에 있다.

 

<스티벌>은 (사)강릉단오제위원회 김동찬(金東燦) 상임이사를 찾았다. 그는 강릉단오제의 실질적인 총연출자이고 단오문화를 꽃피우는 단오맨이었다. 

그는 단오제 기간 내내 한복을 입고 있었으며 액를 물리친다는 궁궁이 잎을 머리에 자주 꽂고 다니는 소년스런 모습도 보여 줬다. 

 

 

"음력 5월5일 단오 즉 수릿날은 강릉의 최대 축제일입니다. 강릉사람들이 무형문화의 재산으로 자랑스럽게 여기는 강릉단오제는 신령한 대관령의 산신을 남대천의 굿당으로 모셔오고 단오장에 찾아 온 영동지역 사람들 모두 한바탕 굿판과 놀이판을 벌이는 행사입니다."

 

유네스코의 세계무형유산 등재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중국이 단오의 원조국이라고 주장하지만 김동찬 이사는 네 것 내 것 싸울 게 아니라고 한다. 한중일 3국이 각각 다른 모습으로 단오문화를 형성하고 있으니 함께 연구하는 일이 후손들로서 할 일 아니냐며 강릉만의 독특한 단오제문화를 사랑할 뿐이라고 말했다. 경산자인단오제, 전주단오제, 영광법성포단오제 등 무수히 많은 단오제 중에서 왜 강릉단오제라는 브랜드가 인류구전 및 무형유산 걸작(Masterpice of the Oral and Intangible Heritage of Humanity)으로 등재되었는지 이유를 물었다.
    
"강릉이 믿는 경외의 대상인 대관령이라는 큰 산이 있기에 강릉단오제가 시작된 것 같습니다. 고려시대 개성 쪽을 바라보고 그 후에 한양의 하늘을 바라보려면 대관령을 보게 되지요. 농경사회에 동양적 신굿과 연결되면서 강릉단오제의 독특한 문화가 형성된 것입니다. 산업화사회로 넘어가며 타지역은 단오제가 잊혀져 가고 변질되어 갔지만 강릉사람들의 고집스러움은 이를 지켜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성황당을 없애지 않는 곳이 강릉입니다. 향교를 보존함은 물론이고 138분이나 되는 성현의 위폐를 그대로 모시는 곳이 강릉입니다."

 

그는 1984년부터 강릉에서 지역언론 기자생활을 했다. 특히 지역사회와 전통문화에 대한 관심이 많았고, <임영민속연구회>라는 모임에서 열띤 토론과 연구를 통해 지역문화에 대한 자긍심을 갖기 시작했다. 강릉 MBC에 근무하며 20여년간 지역문화행사를 지켜 보아 왔고 2009년 5월부터 강릉단오제위원회에서 세계적인 무형문화재로 계승발전시키는 중책을 맡게 되었다.

 

그의 강릉 사랑은 누구보다 강했다.

 

"신라시대 도읍지도 아닌데 금관이 출토된 곳이 강릉(초당동)입니다. 고구려 접경지역으로 군사적으로 대립되어 있지만 해로를 통해 남쪽으로 활발한 문화교류가 있었음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고려 건국 후에 서쪽을 바라보고 교류를 하며 대관령을 넘게 됩니다. 천년의 역사를 가진 강릉단오제는 연구를 하면 할수록 신비로움이 더해집니다."   

 

역사학을 전공한 김동찬 상임이사는 강릉의 언어에 대해서도 연구할 게 많다고 한다.

 

"강릉의 독특한 문화는 말투에서도 나타납니다. 경상도 말과 함경도 말의 중간정도 톤이지만 중세 고어가 아직 많이 남아 있습니다. 강릉사투리경연대회가 단오제의 가장 인기있는 프로그램 중 하나입니다. 강릉사투리에는 강릉사람들의 정서를 말해 주는 묘한 어조가 들어 있습니다. 손해를 좀 보더라도 넘어갈 줄 아는 뱃보가 있고 필요하면 시원하게 터뜨리는 솔직담백함도 배어 있어 사람들이 구수한 강릉사투리를 좋아하는 것 같아요."

축제의 기원이 제천의례에서 시작되었듯이 강릉단오제의 제의성은 여타 축제에 비해 차별화된 핵심요소가 있다. 국사성황제, 여성황제, 영신제, 조전제, 송신제 등 6가지 산신제의 축문을 봐도 알 수 있다. 오곡의 풍요로움, 마을의 태평과 무탈함, 그리고 재앙과 근심이 없게 해 달라는 마음이 간절하게 담겨 있다. 유교식 제례와 무속제례가 연속되지만 서로 다투지 않고 지내는 조화로운 모습이기에 강릉단오제는 천년을 이어 온다는 것이다.

 

"제사를 지내고 음식을 나눠 먹으며 한바탕 노는 게 축제 아닙니까? 제사를 지내지 않고 이벤트하는 축제가 많지만 오래가는 축제는 모두 신에게 기대며 나를 내려놓고 일탈의 기쁨을 누리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라고 축제관을 밝힌 그는 단오제의 난장도 자랑한다.
 "강릉단오제는 난장에 폭발적인 에너지가 있습니다. 무질서한 난장이 성행하지만 어느 선을 넘지 않고 도를 지켜가는 것은 제의를 통한 믿음이 마음바탕에 깔려 있기에 가능합니다."
    
집단신명과 예술성을 추구하며 동서고금의 문화를 모두 포용해 간다는 게 그의 축제 비전이요 전략이다.

"놀이마당에서 농악이 있고 씨름을 하고 그네를 타지만 무대에서는 현대적 장르의 예술행위가 이루어 집니다. 단오제의 틀을 유지함은 물론이고 새로운 문화예술영역을 끊임없이 개척해 가는 게 축제의 방향이지요."

 강릉단오제의 축제 프로그램은 강릉사람에게 매년 반복되는 비슷한 형식으로 재현되지만 식상해 하지 않고 단오제를 큰 명절로 지내며 축제를 즐기는 비결이 뭘까? 강릉단오제위원회가 머리를 맞대가며 제도적이고 능동적이며 예술적인 생명력을 키워가기에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사람들은 새로운 문화를 보러 단오장에 옵니다. 삶의 최신 트렌드는 뭘까? 올 해의 힛트상품은 뭐지? 하면서 찾아 오십니다. 강릉사람 뿐 아니라 영월 정선 삼척 동해 고성을 포함하여 경북 봉화 영주에서도 강릉단오장 오는 게 정례화 되어왔습니다. 단오장에서 굿을 보고, 희노애락의 삶을 느끼고, 진귀한 물건들 구경하고, 서커스 보고, 신주 마시고, 즐기고 ... "

 

강릉단오제는 주민참여도 면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영신행차의 신통길놀이는 20여 읍면동 주민이 모여 단체로 경연 퍼포먼스를 벌인다. 영신행차는 밤에 단오등을 들고 나와 신을 맞이하던 행사였다. 등을 물에 띄우는 유등제도 벌여 봤으나 환경문제 해소와 관리의 효율성을 위해 이제는 등을 걸어 놓는다. 조형미까지 더해지며 등걸기가 정착이 되었다. 강릉사람들은 한복을 입고 영신행차에 참여하기 위해 준비하며 해마다 단오날을 기다린다고 한다. 

 

"영신행차를 2년 전부터 경연대회로 치루고 있습니다. 경쟁의식이 흥을 돋우는 데 기여하고 주민참여를 이끌어 내 축제분위기는 한껏 달아 오릅니다. 마을사람들은 이웃끼리 뒷풀이를 벌이며 대동단결의 시간도 갖습니다. 어떤 예술적 표현이든지 주민 자체적으로 재능기부 등을 통해 만들어 오는 영신행차가 어느덧 축제의 하이라이트가  되었습니다."

영신행차는 신위와 신목을 앞세우고 중앙로-옥천오거리-중앙시장-택시부광장-남대천 가설굿당으로 대장관을 이루며 치뤄진다. 관노가면극 농악대 청소년춤꾼 지역민들이 뒤따르며 퍼레이드는 퍼포먼스 경연을 벌이며 이어진다.    

 

"강릉에는 음악이 있습니다. 모두가 영산홍가를 부르며 신을 맞고 마을마다 무속악이 있고 농악이 있으며 풍물이 있습니다. 또 마을마다 스토리가 있습니다."

 축제의 프로그램은 무궁무진하다는 얘기다. 전통춤을 삽입한 청소년댄스페스티벌, 창포머리감기에서 창안 된 헤어페스티벌, 그리고 한복패션쇼 등 매력적인 축제로 얼마든지 거듭날 수 있다는 얘기다. 씨름 그네 투호 줄다리기 등의 민속놀이도 마을대항 시합을 벌이도록 하는 등 대단위 축제를 기획하는 그는 분명 문화기획가이며 단오맨이라 할 수 있다.
 
강릉단오제가 문화감성이 뛰어난 강릉사람들이 만드는 축제임을 강조하는 그는 학구적인 접근도 강조하고 있다. 과거에는 민속학이나 인류학을 연구하며 축제를 바라 봤지만 이제는 관광학이나 예술학까지 접목하여 연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단오제 연구는 개인의 연구역량에 의존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공동체가 할 일입니다. 쉼없는 연구와 교육을 통해 공동체 삶의 철학을 들여다 보고 있어야 합니다. 임영민속연구회도 작은 조직이지만 지역민속연구에 대한 열정은 대단합니다. 우리를 가장 잘 아는 우리가 우리의 가치를 발굴해 내고 새로운 가치를 부여해 나갑니다. 누구라도 단오제에 참여하여 얼굴찌뿌리는 사람 없고 해마다 사고나 다툼 없이 진행되는 걸 볼 때마다 강릉이라는 공동체의 힘이 살아 있음을 느낍니다.  지역민속 연구에 축적된 역량을 바탕으로 전통문화 창달을 위한 정책입안에 반영해 가는 것도 저희의 큰 임무입니다."

 

단오제의 세계화는 인류의 제전을 꿈꾸는 강릉단오제의 숙제이기도 하다. 강릉단오제가 강릉사람들만의 축제가 아니라 다문화시대에 어느 인종이나 즐길 수 있는 축제여야 하기에 글로벌화에 대한 그의 생각을 물었다.

"옛날 것을 그대로 유지만 한다고 해서 전통은 계승되지 않습니다. 시대적 요구와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해야만 생명력이 유지됩니다. 인터넷 시대에 아무리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정보교류가 있지만 사람 살아가는 만고불변의 진리는 그 들만의 방식대로 살아 가는 것이 가장 아름다운 사회를 형성해 간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강릉이라는 공동체의 살아가는 룰에 따라 살면서 우리 자신이 그 가치를 느낄 때 해외에서도 우리를 보러 찾아 온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습니다. 강릉사람들이 단오장을 좋아하니까 타지역 사람들도 계속 단오장에 모이는 것처럼 말이죠. 평생 원망하는 빚쟁이도 단오장에서 만난다는 말이 있을 정도니까요."   

 

 

강릉단오제는 사실 강릉사람들이 함께 만들어 가는 축제라고 그는 강조한다. 문화침탈을 일삼던 일제강점기에도 단오제는 열렸고 한국전쟁 중에도 명맥을 이어 온 강릉단오제를 시민들이 자긍심을 갖게 하고 세계인의 사랑받는 일에 자신의 힘이 닿는 한 노력하겠다고 한다.

 

유, 불, 선 3가지 민속흐름이 우리의 전통 굿으로 미묘하게 결합하여 제의와 놀이문화를 꽃 피워 낸 강릉단오제는 우리나라 어느 지역축제에도 없는 독특함이 있기에 축제인들은 그를 지켜보고 있다.


오늘도 김동찬 상임이사는 내년 단오제를 위해 단오문화관 안의 회의실에서 단오제를 학습해 가고 있다. 

태그  강릉단오제 김동찬상임이사,강릉단오제김동찬이사,영신행차,단오굿,단오문화관,천년의힐링로드
연관축제  2013 강릉단오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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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하늘   2013-09-18 17:07 수정삭제답글  신고
영신행차도 그렇고 단오굿도 옛날 그대로 고증과 분석을 거쳐 현대적 흥미를 가미한 강릉단오제라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오축제   2013-07-01 09:49 수정삭제답글  신고
강릉단오제? 올 여름 경포대 해수욕장 갈 건데.. 강릉을 알고 가니 경포 앞바다가 새롭겠네요. 관노가면극 여름에 해변에서 보면 재밌겠는데요?
올챙이   2013-06-30 02:47 수정삭제답글  신고
강릉은 해양문화와 대륙문화가 공존하는 곳이기에 대단한 문화도시가 된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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