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과 현대가 융합한 한국식 새로운 공연축제가 목포에서 펼쳐진다. 목포세계마당페스티벌 MIMAF은 올해 14회를 맞이한다. 극단갯돌이 주최하고 사단법인 세계마당아트진흥회가 주관하는 제14회 목포세계마당페스티벌은 오는 7월 24일부터 27일까지 목포시내 원도심 차안다니는 거리, 로데오광장, 오거리, 북교초교 등 총 10개 마당에서 펼쳐진다.
목포세계마당페스티벌은 14년 동안 극단갯돌이 축제를 이끌어와 순수민간예술행사의 저력을 유감없이 발휘해 시민에게 귀감이 되고 있다. 그 결과 올해 문화체육관광부 대한민국 대표공연예술축제에 선정되어 전국적인 시선을 끌게 되었다.
20여명의 전업예술가로 꾸려진 극단갯돌(대표 문관수)은 3개월 전부터 축제팀을 자체적으로 가동해 무대, 기술, 인력, 홍보 등 축제에 필요한 일들을 계획하고 준비해 왔다. 극단갯돌의 문관수 대표는 “세월호 참사로 공연활동이 끊긴 시점이라 재정이 열악한 상태예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희들이 축제를 개최하는 이유는 문화적으로 소외 받은 우리시민들이 절망하지 않고 공연을 통해 위안을 받고 또 세월호를 잊지 않고 더 나은 삶을 꾸려나가기를 축제를 통해 기대합니다” 라고 축제개최의 의미를 밝혔다.
□ “그 후로도 오랫동안 모던타임즈” 기획이슈 돋보여
제14회 목포세계마당페스티벌의 기획이슈 주제는 “그 후로도 오랫동안 모던타임즈”이다. 축제는 작년에 이어 목포의 근대역사에 방점을 두고 지역의 문화가치가 있는 지점을 찾아 나선다. 기획이슈는 “목포근대역사문화의 거리여행단”을 모집해 해설자와 함께 참가자들이 거대한 홍등을 밝히며 선정된 곳을 순회하게 된다. 순회공간마다 근대문화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각종의 공연과 설치미술, 퍼포먼스 등으로 맞이하고 축제의 밤을 달구게 된다.
1897년 이전으로 추정되는 목포북교초등학교 느티나무, 1897년 유진벨이 설립해 1919년 목포 4.8만세운동의 거점이 된 양동교회, 농촌을 떠나 도시로 몰려드는 조선인의 가난한 삶의 터전이자 1920년대 전후 목포의 대표적인 조선인 마을 양동육거리, 목포가 낳은 최초의 근대 예술인 극작가 김우진 생가터 북교동성당, 1925년 건립해 일제강점기 민족운동의 구심이 되었던 목포청년회관, 일제강점기 조선인 부두하역인부들이 죽을 먹었다던 죽동 차범석길 에 위치한 1935년 세운 옛 죽동교회터 등을 주요공간으로 선정했다.
세계마당페스티벌 예술감독 손재오씨는 기획이슈에 대해 “모던타임은 목포의 시간문화사이다. 선정된 곳들은 민족의 길처럼 목포 민초들의 역사를 여실히 느낄 수 있는 시간여행이다. 여행단은 역사문화공간에서 과거의 수많은 사람들을 기억하게 될 것이며, 과거, 현재를 바라보면서 미래를 염원할 것이다”라고 취지를 밝혔다.
□ 미국, 프랑스, 중국, 일본, 한국 등 5개국 연합 주제공연 시도
이번 축제에서 가장 화제로 손꼽히는 공연은 미국, 프랑스, 중국, 일본, 한국 등 5개국의 세계 공연자들이 연합해 제작한 주제공연이다. 주제공연은 1936년 챨리챌플린이 만든 영화 “모던타임즈”를 원작으로 하여 현대인의 지친 삶을 마임, 춤, 서커스, 등으로 선보인다. 총연출을 맡은 태국거리예술축제 집행위원장인 고지마야씨는 “과거나 현재에도 전세계가 안고 있는 인간의 기계노예화, 고노동저임금, 고용불안, 실업난 등 지구촌 사회문제를 인류공동의 시각으로 가져와 인간존재의 상실감 같은 것들을 말이 아닌 몸으로 표현하고자 했다”고 연출의 의도를 밝혔다.
출연자에는 30여년 전 찰리 채플린이 되살아 난듯한 마임명인 일본의 츄상, 오슈무용단을 창단해 전세계를 순회하고 있는 프랑스의 셀린바케, 인형과 연주를 하나로 아우르는 원맨 라이브 밴드인 미국의 그레고, 화려한 기예로 매력을 발산하는 중국의 죠스이, 줄타기로 세계적인 명성을 떨치고 있는 일본의 다이스케, 바닥과 벽을 자유롭게 운용하는 한국의 거리무용단 곧ㅅ 등 20여명이 참여해 화려한 볼거리와 유쾌한 몸짓으로 관객과 함께 한다.
□ 동학120주년기념 마당극 거장 채희완 칼노래 칼춤 초청공연
기획이슈 프로그램으로 마련된 마당극도 눈길을 끈다. 동학농민혁명 120주년 기념으로 마당극 “칼노래 칼춤”공연이 초청된다. 마당극의 창시자 채희완 부산대명예교수가 총연출을 맡은 이 공연은 마당극의 고전이라 불리고 동학혁명을 깊이 있게 다룬 명품으로 정평이 나있다. 칼노래 칼춤은 지난 1994년 초연되어 20여년만에 다시 무대에 오른다. 동학 농민군들의 승리와 패배를 칼춤, 북춤, 깃발춤 등으로 상징화시키면서 우물가 아낙들의 처참한 눈물과 병신광대들의 정겨운 웃음을 마당판에 가득 쏟아낸다.
원형무대가 가지는 독특한 움직임과 동선, 상징적 표현과 다양한 매체가 어우러져 독특한 연행공간을 창출하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특히 살아 움직이는 독특하고 빼어난 탈 연기가 압권인 병신광대 주인공역에 목포세계마당페스티벌 손재오 예술감독이 출연해 목포예술의 자긍심을 드높이게 된다. 노래 “아침이슬”로 알려진 김민기씨가 음악을 맡았고, 작곡에는 최태현 중앙대교수, 동래야류 탈제작 이수자 이석금, 화가 임옥상 등 문화계의 거장들이 제작에 참여했다.
□ 서승아 지신무 등 세월호 희생자 추모 기획 눈길
축제는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고 유가족들의 슬픔을 위로하기 위해 추모기획도 마련한다. 부토무용의 대가 서승아씨가 희생된 수많은 죽음을 애도하기 위해 퍼포먼스를 거리에서 갖는다.
부토 명인 서승아씨는 영국인들에 의해 갖은 노역과 신체를 전시하는 수모를 견뎌내다 생애를 마친 남아프리카 코이부족의 여인 사라바트만을 소재로 한 퍼포먼스, 민족의 아리랑을 몸으로 쓴 퍼포먼스, 5.18광주항쟁에 희생당한 영령을 위한 퍼포먼스 등 지구촌 곳곳에서 자행되고 있는 억울하고 부당하게 희생당한 사람들을 위해 퍼포먼스를 제작해 왔다. 서승아의 부토춤은 춤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삶의 편린이며, 끓어오르는 혼의 소리를 몸짓에 담아내 보내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공연이 끝나면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1,000만인 서명운동도 함께 진행한다고 밝혔다.
□ 인형극, 이동형 거리퍼포먼스, 공중퍼포먼스 등 어린이관객 호응 프로그램
축제기간 어린이와 가족을 위해 호기심과 볼거리 가득한 프로그램이 즐비하다. 가족을 위해 잃어버린 순무를 찾아 떠나는 소년의 모험이야기를 그린 인형극연구소 인스의 “으랏차차 순무가족의 커다란 순무” 인형극이 펼쳐지고, 커다란 공룡이 거리를 활보하며 어린이들과 함께 호흡하며 춤을 추는 극단나무의 “신문지 쥬라기” 공연, 일상적인 공간에 갑자기 나타난 공중부양인들을 볼 수 있는 상상발전소의 무중력인간 퍼포먼스, 어둠속 도심을 날아다니고 뛰어다니는 정체불명의 빛의 무리들과 로프를 이용해 건물외벽에서 환상적인 공중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프로젝트 날다의 공연이 한여름밤 무더위를 식히게 해준다. 이밖에도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흥겨움을 끌어내는 프로젝트 요요현상의 고난이도 묘기, 우스꽝스러운 몸짓과 저글링으로 관람객을 즐겁게하는 셔플코믹서커스 등의 마당이 펼쳐진다.
□ 남긍호, 조성진 중견마임가 초청
말없는 몸짓으로 관객과 함께 이야기하며 호흡하는 마임공연도 초청된다. 현재 왕성하게 활동 중인 중견마임가들의 작품을 만나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남긍호 교수의 마임 “로빈슨 크루섬”은 재개발에 쫓겨난 서민이 차들이 다니는 도로 한가운데에서 기상천외한 일상을 살아간다는 내용으로 관객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던져준다.
한국적 색채로 몸짓을 마련한 조성진 마임가의 “원앙부인의 꽃밭”은 월인석보에 나오는 ‘원앙부인 본풀이’와 제주무가 ‘이공본풀이’를 바탕으로 우리네 삶의 본향인 꽃밭과 죽음을 경험하고 다시 살아난 원앙부인의 이야기를 설치와 마임 그리고 한지인형 등의 복합장르로 그려낸다. 이밖에도 대한민국 문화예술상을 수상한 강지수 마임가의 공연 등이 다채롭게 펼쳐진다.
□ 병신춤, 봉산탈춤, 마산오광대, 더광대, 퓨전국악 니나노난다 등 마당판에 신명가득
세계마당페스티벌에서 빼놓을 수 없는 전통과 현대를 융합한 신명난 공연이 가득 펼쳐진다. 일그러진 표정과 병신된 몸으로 신명세상을 노래하는 병신춤, 늙은 스님에게서 소무각시를 구해 행복한 세상을 꿈꾸는 봉산탈춤의 취발이춤, 80여년만에 마산에서 복원된 마산오광대의 풍자와 해학의 탈놀이 한마당, 역동적이고 박진감 넘치는 연희집단 더광대의 놀이판, 전통 판소리 창법과 현대적 창법을 넘나드는 여성보컬 장군과 전자음악가 신행의 퓨쳐 판소리공연, 봉산탈춤의 소무를 재해석한 춤꾼 김오키의 소매, 투박한 경상도 사투리 재담과 흥겨운 민요로 좌중을 압도하는 홍순연의 소리한마당 등 마당판에 풍자와 해학으로 신명을 달군다.
이밖에도 목포를 비롯한 무안, 신안, 함평, 영암, 해남, 강진, 고흥 등 전남의 공연예술가, 예술동호모임이 대거 참여해 전남의 화합과 발전을 신명난 예술로 풀어낸다.
세계마당페스티벌이 3년째 시행중인 한국식 버스킹문화 “굿쩐”은 관객들이 공연을 본 후에 마음에 들면 천원짜리 코인을 공연자에게 던져주는 프로그램이다. 예술가와 관객이 서로 소통하고 상생한다는 의미에서 인기 만점의 프로그램으로 큰 호응을 일으키고 있다.
제14회 목포세계마당페스티벌은 지역문화를 강하게 표방하면서 한국적인 색채를 마당가득 다양하게 펼쳐낸다. 우리네 전통장터와 같은 맛깔스럽고 구수한 큰 맛이 묻어나는 정감어린 마당이 있다. 현대의 서양적인 것들을 융합해 새로운 문화가치를 만들어 내는 축제가 있다. 축제는 일상의 일탈이다. 일상의 바쁜 삶속에서 한번쯤 속시원하게 벗어나 고단해서 쌓인 때를 씻겨내는 신명과 씻김의 축제이다. 목포세계마당페스티벌은 그러한 전통축제원형을 오늘날에 다시 새겨 놓는다. 이제 목포세계마당페스티벌은 전국은 물론 세계에서 관심을 모으고 있는 공연예술축제 중의 하나로 손꼽힌다. 지방의 열악한 문화소외를 딛고 일어선 극단갯돌의 피와 땀으로 일군 노력의 성과이다.
무더운 여름밤, 느린 걸음으로 부채를 살랑이며 발전이 더딘 허름한 도시로 나가 100년의 숨결을 느끼고, 지나치는 거리의 사람들과 함께 모여 한마당을 즐긴다면 오늘에도 째깍이는 모던타임은 자신만의 시간사로 완성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