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거리예술축제를 선도하고 있던 과천축제가 올해로 19년째를
맞으며 거리극 중심의 축제에서 말(馬)을 테마로 하는 경마축제(?)로 전환하겠다는 과천시의 뜻이 논란의 불씨를 키우고 있는 가운데, 과천의 예술축제를 지속하고자 목소리를 내는 시민단체 ‘과천의
축제가 궁금한 사람들(이하 과천궁사)’이 지난 토요일 오후
3시부터 9시까지 시민과 예술가들이 직접 준비한 축제 ‘말
안되는 예술제’를 개최했다.
“여기 모인 시민들은 170억 쏟아 부어, 경제
살린다는 말뿐인 계획 반대하고, 마음 모아 손을 모아 말(馬) 안 되는 예술제를 벌입니다. 과천
사람 기찬 사람 너도 나도 재주 모아, 말 안 되는 예술제로 놀아보렵니다. 비나이다 비나이다, 다시 과천골에 세계적인 광대패들 몰려와서, 우리 시민 광대들과 어울려, 과천 축제가 지구촌 축제 되고, 어른들은 신명나고 아이들은 꿈이 크는, 열여덟 해 보듬어온 과천
축제 다시 잇게 하옵소서 … “
과천 시민 예술제 ‘말 안되는 예술제’ 의 축문 내용 중 일부다.
그 동안 과천축제(옛 과천한마당축제)의
주요 무대였던 과천 중앙공원의 분수대 인근에서 개최된 ‘말 안되는 예술제’는
과천시(시장 신계용)가 과천축제를 ‘말(馬)’ 관련 축제로 추진하는 것에 반대하는 시민들의 작은 예술축제였다. 과천궁사의 시민들은 ‘말 축제’라는 방향성과 축제 변경의 절차도 부적절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번 <말 안되는 예술제>는
시민 예술단체의 연극, 마임, 타악 연주와 시낭송, 동화 낭독 공연을 비롯하여 전문 공연단체의 거리극, 재즈 공연, 종이 인형 만들기 워크숍 등 일상을 벗어나 예술을 통해 하나가 되는 장을 경험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들로
펼쳐졌다.
또한 과천축제를 추억하는 사진전과 더불어 과천중앙공원이 푸르른 풍경과 어울리는 거리 분필 아트 등 설치 미술 프로그램에도
직접 참여하는 등 예술축제의 감성마케팅과 체험마케팅을 좋은 예로 보여주었다.
지난 1997년에 시작된 과천축제는 해마다 국내외 예술수준 높은 거리극단들을 초청하여 과천시민 뿐 아니라 서울 안양 등 수도권 시민들의 문화욕구와 예술향유 욕구를 채워주고 있었으나, 과천시는 그간의 거리극 작품들이 일반 시민들이 이해하기에는
너무 어렵다는 점과 투입비용 대비 문화욕구 부응 효과가 크지 않았다는 분석용역 결과에 따라 공연형축제에서 승마체험형 축제로 전환한다는 것이었다.
과천축제의 정상화를 위하여 자발적으로 모인 과천궁사는 지난 3월 28일부터 4월 4일까지
과천 시민을 대상으로 과천축제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하기도 했다. 이에 따르면 과천축제를 말축제로 바꾸는
것에 대해서는 시민 78.8%가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과천축제를
바꾸는 과천시청의 절차가 적절하지 않다고 대답한 사람이 약 74.2%였다고 한다. 과천궁사에 따르면 과천축제는 시민의 의견을 반영하여 예술축제로 진행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대다수였다고 한다.
이날 예술제를 관람한 축제현장포럼(3F, Festival Field
Forum)의 한 축제전문가는
“느닷없이 정체성을 바꾸려는 과천시의 의도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과천시민임을 자랑스러워하는 이유로 과천축제의 거리예술을 손가락 안에 꼽았었는데, 이제 볼 수 없다는 것은 과천시민 뿐 아니라 문화예술인, 축제인
들에게도 슬픔을 안겨 주는 것이다”고 말하며,
“관광산업 경제논리를 든다 하더라도 거리예술을
죽이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오히려 과천의 도시브랜딩에 과천축제가 크게 한 몫 했다. 세계적 거리예술 애호가들에게 프랑스의 오리악, 영국의 애딘버러, 벨기에의 뢰벤처럼 한국의 과천이란 도시가 세계적 축제도시로 각인되는데 12년이
걸렸는데..”
하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과천시를 비롯하여 D광역시, C시, W시 등 많은 지자체들이 축제예산과 방향을 자신들의 정치적 기반의 이해득실로 판단하려는 일이 너무 잦아지고
있다. 축제는 규모가 작더라도 관주도에서 민간중심으로 이동해야 함을 되짚어보게 하는 행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