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몇 십년 전 만 해도 민족의 대명절 설날이 다가오면 아이들은 연(鳶, Kite)을 만들기 위해 마른 대나무를 쪼개고 다듬기 시작했다. 설날과 정월대보름 사이에 송액영복(送厄迎福)의 뜻을 담은 글자를 연에 담아 연줄을 날려 보내는 풍습이 있었다. 또 우리민족 만의 연날리기 풍습이라면 연싸움이란 게 있었다. 유득공의 경도잡지(京都雜志)와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의 상원조에 “매년 정월대보름 하루 이틀 전에 수표교 근처 개울가에 연싸움 구경꾼들이 몰려 있다. 여러 아이들이 남의 연줄을 끊는데 서 있는 아이도 있고 끊어진 연줄을 따라 남의 집 담을 뛰어 넘고 연을 쫓아가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요즘엔 지역축제에서도 연을 날리는 전통놀이 콘텐츠가 자주 등장하기도 한다.
이제 사라져 가는 전통놀이를 보존하고 계승하려는 노력이 시작되었고, 한국연연맹, 민속연보존회, 연날리기보존회 또는 연협회 등의 이름으로 조직을 갖춘 모습을 볼 수도 있다.
최근들어 코로나19 극복염원 Kite Challenge와 독도사랑 연날리기로 유명해진 송광우 한국연연맹 단장을 만나 본다. 그는 대학교 교수직의 정년을 마치고 연(鳶)에 문화를 접붙이는 일을 시작하며 한국연연맹을 설립하였고 연의 제작과 연행을 업그레이드하고 일반에 보급하는 일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 최초로 연의 관광콘텐츠를 기획해 냈고, 우리 연의 세계화를 주도해 가는 송광우(宋廣宇) 단장과 더페스티벌 서정선 대표와의 일문일답 대담 내용을 들어 본다.
더페스티벌 : 어떠한 연유로 연에 관심을 가지시게 되었나요? 연날리기가 가져다 주는 매력이라면 어떤 게 있을까요?
宋廣宇 : 연은 조상의 얼이 담긴 문화유산이고 어린이의 꿈과 창의력을 키워주는 자양분입니다. 연은 과학입니다. 몰입을 가져다주는 집중력 선생이기도 합니다. 또한 어린 시절 기억의 마중물이요 추억배달부라 할 수 있습니다. 힐링 레포츠로도 손색이 없습니다.
더페스티벌 : 한국연연맹은 단순한 연관련 문화의 보존과 연산업의 발전을 위하는 게 아니라 새로운 연날리기의 문화를 창출해낸다고 하던데 요즘의 하시는 일이 어떤 차별점이 있나요?
宋廣宇 : 연의 전통놀이 문화를 계승 발전하는 것도 물론 중요합니다. 그 위에 저희는 연의 비주얼에 무한 상상의 나래를 달아 주는 겁니다. 연의 디자인이 달라집니다. 또한 사회적 이슈 등을 포함한 메시지를 연에 실어 날림으로써 단순한 놀이문화가 아니라 문화창달에 기여하는 일을 한다는 것입니다.
더페스티벌 : 그렇다면 연이 지역축제의 콘텐츠가 될 수도 있고 지역축제 발전에 기여도 할 수 있다는 얘기가 되겠네요.
宋廣宇 : 맞습니다. 연이 축제를 붐업시킬 수 있습니다. 전래놀이로서의 콘텐츠는 이미 자리를 잡았지만 새로운 연의 개발과 연의 변화, 그리고 한국 연의 세계화에 발을 내디디며 많은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디자인을 가미하고 IT기술을 접목하여 세계적인 연 강국으로 도전해 볼 만 합니다. 또한 축제를 알리고 지역브랜드를 홍보하는데도 연날리기가 매체가 됩니다. 연에 광고 디자인을 넣어 날리면 되니까요.
더페스티벌 : 그렇군요, 축제성의 요소라면 놀이성, 제의성, 대동성, 예술성, 산업성, 관광성 등을 들 수 있는데 대동성 면에서는 좀 모자라지 않나 싶은데요?
宋廣宇: 아닙니다. 대동성과 주민화합성에도 기여할 겁니다. 다수의 연을 한꺼번에 날리는 게 보기에도 좋지만 많은 참여자의 협력으로 이루어지니까요. 1,000개의 연을 여럿이 나누어 날리고 줄연이라고 해서 많은 연을 이어서 날리는 일이 대동성 함양에 그만입니다
더페스티벌 : 그렇다면 숫자마케팅에 이용해도 되겠군요. 천사의 섬 신안군이 1,004개의 연을 날리고, 연천군은 연을 천개 띄우고, 이천시 백사면이 이천백사(2,104)개의 연을 산수유축제 때 동시에 날린다든지, 아산 성웅이순신 축제에 4월 28일 장군의 탄신절을 맞아 428개의 장군 모양 또는 거북선 모양의 연을 띄운다든지.. 축제가 장관을 연출하겠네요.
宋廣宇 : 좋은 아이디어 감사합니다. 그렇게 의미를 가지고 연날리기를 축제에 응용한다면 좋겠습니다. 그렇잖아도 올해 국가홍보일, 국경일 또는 어떤 의미있는 날마다 축제관련 기관이 연합하여 연에 국민적 염원을 담기도 하고 홍보성 글귀와 그림을 실어 날리는 연퍼레이드 일을 하려고 합니다.
더페스티벌 : 그동안 많은 퍼레이드를 펼쳐 오셨는데 자랑하시고 싶은 일이나 의미와 성과가 있는 퍼레이드가 있다면 소개 좀 해 주세요.
宋廣宇 : 지금 한창 진행중인 COVID-19 OUT 퍼레이드인데 전국을 다니며 벌써 36회를 했습니다. 또한 한국전 참전 16개국과 의료지원 6개국에 감사함을 전하는 22개국 국기와 함께한 Thank U Kite 퍼레이드도 제주도를 비롯해서 몇 군데 크게 하며 전 세계에 SNS 생중계도 했습니다. 독도에서 독도사랑 캠페인으로 1,000개의 <독도는 한국땅> 연을 날렸고, 서울 한강 광진교에서 전국체전 백주년 성공기원 메시지를 담아 1,500개 연을 날렸습니다. 또 올해 삼일절에도 3.1독립만세연날리기를 전국적으로 펼칩니다. 1만개의 태극기 문양 연을 날리는 행사를 기획하고 있습니다.
더페스티벌 : 그런데 누구나 연날리기에 참여할 수 없지 않습니까? 연을 배워야 날릴 것 같은데요, 연 아카데미 활동도 하시나요?
宋廣宇 : 연의 제작과 연날리기 연행에 대해 제가 강의를 참 많이 합니다. 또 계속 연을 디자인하여 보내 주기도 합니다. 경기도교육청에서 영상강의를 시작합니다. 각급학교에 연 재료를 보내주고 온라인과 오프라인 병행하여 연만들기 교육을 합니다. 그리고 어제는 송파구 노인 일자리 창출의 일환으로 연날리기 강의를 하고 왔구요, 실버전문가모임이나 시니어블로거협회 등에서 큰 관심을 보이고 있어 60명 비대면 특강도 했습니다. 시간 많고 지식 많은 분들의 모임에서 많은 시니어 분들이 "연의 변화와 한국연의 세계화"에 관심을 보이며 참여 의사를 밝히고 있습니다.
더페스티벌 : 연으로 문화콘텐츠를 만들어가며 관광 자원화와 일자리 창출 등 사회적 가치를 더하는 일을 많이 하시는군요. 앞으로 많은 단체들이 자체 행사에 연날리기를 추가시키며 이벤트의 질적인 성장도 꾀할 것 같네요.
宋廣宇 : 그렇습니다. 최근 숲해설가협회에서 회원들 행사에 저희 연맹을 초청하여 콜라보 행사를 기획하겠다고 합니다. 여러 기관들과 네트워킹 중이고, 지금 한창 코로나19아웃 이란 슬로건으로 코로나 극복 염원 챌린지를 진행하고 있어 전국 순례하는 연날리기 여행단도 구성되어 있습니다.
더페스티벌 : 연날리기가 서울시의 무형문화재 제4호로 지정되었다가 해제되었는데, 그 이유가 이미 전승과 보존 활동이 활발하여 대중성이 확보된 상태라서 이제는 문화재로 보존해 가는 게 아니라 보편적 민속문화로 확장해 간다는 것이랍니다. 맞습니까?
宋廣宇 : 아닙니다. 겉으론 그렇지만 실제는 문제가 있었던 걸로 압니다. 지금 전통놀이로서 보존 계승해야 할 때입니다. 지역 문화재가 아니라 국가 무형문화재로 지정해도 이르지 않다고 봅니다. 저는 전 세계 연 전문가 4천 명이 가입되어 있는 Kite Builders라는 커뮤니티에도 가입하여 활동 중인데, 그 중 10인의 Visual Story Teller 전문가 그룹에 제가 선정이 되어 있기도 합니다. 많은 연사들의 관심은 놀이로서의 연날리기인데 반해, 한국의 연전문가가 사회 메시지를 담고 비주얼로 승부하는 화려한 줄연을 계속 선보였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코로나19아웃 챌린지도 전세계가 함께 연날리기로 염원을 담아보자고 제안해서 점점 호응을 얻어가는 중입니다.
더페스티벌 : 점점 우리의 영향력이 세계의 연사들(Kite Fliers)사이에서 두각을 나타내게 되겠군요. 우리 연이 가지는 경쟁력이라면..
宋廣宇 : 우리는 얼레와 방패가 기능성이 뛰어나 연날리기에 있어서 무한한 지혜와 기술 보유국입니다. 연날리기의 기술적 우수성으로 예술성이 단연 돋보이도록 만들어 주는데 이를 알리기가 그리 쉽지는 않았습니다. 앞으로 더페스티벌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더페스티벌 : 몇 해 전에 대전에서 열린 연축제에서 3대가 즐기는 연날리기를 주제로 들고 나왔는데 참 보기 좋더라구요. 일본의 기온마츠리도 3대가 함께하며 할아버지와 함께 손주가 으이샤 으이샤 외치며 가마를 나르기에 보기에도 좋고 세대를 이어가며 지속적으로 전승이 되어 가는 것인데 우리도 이런 우수한 문화를 발전시켜 가야 한다고 생각됩니다. 더페스티벌도 힘 닿는 한 적극 후원을 하겠습니다. K-Kite 또는 K-KiteFlying이라는 단어가 생겨나길 기대해 보겠습니다.
宋廣宇 : 감사합니다. 세계의 연날리기 가족들과 끊임없이 학술적으로 문화적으로 교류해 가며 우리의 전통 문화유산인 연날리기 문화가 세계 속에 꽃을 피우도록 노력해 보겠습니다.
대담을 마치며 더페스티벌은 꿈을 가져 본다. 우리나라의 모든 지역축제가 축제포스터 연을 날리고, 도시브랜드 알리는 데도 연을 사용하고, 수백 명이 수만 개의 연을 여러 디자인으로 만들어 동시에 날리는 일들이 방방곡곡 많아지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