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홍대 앞을 기반으로 실험적 예술문화를 주도해 온 한국실험예술제(Korea Experimental Arts Festival)가 이번엔 ‘아트로드 프로젝트2‐What is next?’라는 의미심장한 주제로 홍대 앞 일원과 제주 서귀포시에서 함께 진행된다. 15개국의 다양한 실험예술 작가들과 함께 하는 이번 제13회 한국실험예술제는 12월 12일부터 15일까지 홍대 앞 일원에서 기발한 난장을 치른 뒤, 자리를 옮겨 17일부터 23일까지 제주 서귀포시에서 상생의 향연을 펼칠 예정이다.
홍대 앞과 제주의 특별한 교감, 예술정신을 잇다
‘아트로드 프로젝트’는 삶과 예술을 잇는 실험예술의 고민과 시도를 담고 예술제의 공간과 의미를 확장해가는 프로젝트로, 2012년 ‘아트로드 프로젝트‐바퀴’에 이어 2013년 <What is next?>라는 화두 아래 ‘홍대 앞’과 ‘제주도’라는 상이한 두 개의 공간을 설정하였다. 대한민국 북단의 첨단 도시 서울, 그 중에서도 복잡한 문화와 소비의 거리이며, 한국실험예술제의 오랜 기반이었던 ‘홍대 앞’은 예술가의 예술적 메시지와 정체성에 집중한 퍼포먼스를 준비했다. 반면, 대한민국 남단의 자연 도시 ‘제주도’에서는 자연의 위대함에 경의를 표하는 자연 친화적인 퍼포먼스 작품들을 통해 현대와 과거를 넘나들면서 물질성과 정신성, 문명발전과 자연보존에 대해서도 고찰해 보는 새로운 차원의 아트로드를 구현한다. 대형 하루방에 사람의 온기로 완성한 옷을 입히고, 강정 마을 바다의 품으로 뛰어들며, 전통시장이라는 어울리지 않는 공간에서 예술가 중심이 아닌 관객과 일반시민 중심의 퍼포먼스로 다가가기를 시도한다. 홍대 앞의 프로그램들이 예술과 예술가의 내면에 집중한다면 제주의 프로그램들은 현지의 사람과 삶, 자연에 깊숙히 파고들고자 하는 시도들인 것이다. 기존의 부정적인 요소들에 죽음을 고하고 새로운 자연과 대지의 품에서 새로이 시작되는 예술의 한걸음이 서울과 제주의 교감에서 비롯될 것이다.
15개국 아티스트가 함께 글로벌 이슈를 고민하다
지속적으로 해외 아티스트들과의 네트워크를 구축한 한국실험예술제에는 올해도 아시아, 유럽, 아메리카 등 다양한 권역의 15개국 아티스트들의 참여가 이어질 예정이다. 중요한 것은 개별 아티스트로서의 참여를 넘어 자연과 환경, 사람이라는 전 지구적인 이슈에 주목한다는 사실이다. 한국의 섬 제주가 가진 아름다움과 상처를 어루만지기 위해 아티스트들은 강정의 바다에서 평화와 상생의 퍼포먼스를 펼치고, 서귀포 올레시장을 찾아가 시장에 활력 넘치는 예술적 에너지를 불어넣어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예정이며, 시민들과 함께 제주의 상징인 돌하르방에 옷을 입히는 가슴 따뜻한 프로그램도 준비되어 있다.
이 밖에도 제주와의 환경적인 유사성을 가진 아이슬란드(Iceland)와의 교류 프로그램 [라이브 커뮤니케이션 프로젝트‐불면의 화산]이 계획되어 있다. 화산섬인 제주도와 화산으로 유명한 아이슬란드와 스카이프를 이용해 실시간 소통하고, 양국의 참가자들은 5일간 화산을 주제로 한 퍼포먼스를 만들어 마지막날 영상을 통해 서로에게 실시간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프로젝트이다. 이 독특한 형태의 협업 프로젝트는 향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매년 참가자들이 제주도와 아이슬란드를 오가면서 교류를 이어갈 예정이다.
실험예술의 거침없는 자기 반성 – 세계에 말을 걸다
2002년 이후 한국의 실험예술을 조명하고 실험예술의 다양한 발전을 위해 활동해 온 ‘한국실험예술제’는 “아트로드 프로젝트 2‐ What is Next?”라는 주제를 통해 지금까지의 퍼포먼스 아트를 재조명하면서 성찰해 보고, 향후 한국 뿐 아니라 해외의 퍼포먼스 아트계가 가야 할 방향성과 비젼에 대해 스스로 질문해 보는 의미 있는 계기로 올해 축제의 의미를 설정했다. 홍대 앞과 서귀포, 이 상이한 두 공간의 설정은 기존 예술의 치열한 자기반성과 내면화와 외부로의 화합을 이분하였다. 죽음을 의미하는 4의 반복으로 444초를 설정한 “444초 퍼포먼스 릴레이 What is Next?” 또한 이러한 맥락이다. 예술가인 자신 스스로와 자신의 과거 퍼포먼스 작품에 대한 진혼의 행위로서 국내외 모든 퍼포먼스 작가들에게 444초라는 동등한 시간이 주어진다. 과거에 대해 고하는 이 죽음의 의식은 제주라는 새로운 공간에서 다시 태어나는데, 여기서 실험예술은 내면의 에너지를 보다 친근한 방식으로 외부에 전하고 외부세계와 화합하려 시도한다. 삶의 작은 축소판인 시장을 비롯해 거리, 카페, 상점 등 무대가 아닌 일상적인 공간을 직접 찾아가며, 지역과 지역민들의 특성에 맞는 맞춤형 퍼포먼스를 통해 향후 지역민, 지역상인, 예술인, 관광객, 관공서가 서로 조화할 수 방법과 대안을 스스로 제시할 것이다.
//www.thefestival.co.kr/info/festival/4812/
1960년대 백남준(미술, 음악), 존케이지(음악), 요셉 보이스(미술)가 주축이 되었던 플럭서스(Fluxus)는 현대 퍼포먼스 아트 역사에 초석이 되었다. 플럭서스(Fluxus)의 주요 구성원들을 보면 미술, 음악, 무용, 건축, 문학 등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들이 장르를 넘나들며 협업하였음을 알 수 있는데, 이 부분은 퍼포먼스의 특성을 정의하는데 핵심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플럭서스(Fluxus)는 흐름, 끊임없는 변화, 움직임을 상징하며 그동안 다양한 장르예술에 영향을 주었고 당시 플럭서스(Fluxus)에서 활동했던 아티스트들은 대부분 세계적인 명성을 얻으며 실험적인 그들의 예술성과 시대정신을 표현하였다. 그러나 현대에 이르러 이러한 플럭서스 정신에 가장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할 수 있는 ‘행위예술’ 즉 ‘퍼포먼스아트’는 1990년대 이후 플럭서스(Fluxus) 정신에 필적할 만한 새롭고 파격적인 예술형식을 찾아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며 오히려 퇴보하거나 더 이상 전진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What is Next?”...
2013년 한국실험예술제는 이러한 배경으로 시대를 아우르는 실험정신의 중대한 의식 변화가 필요한 시기임을 인식하며 현시대가 처한 사회 환경적 문제들에 대한 작가정신을 선보이기 위한 자리로서, 예술제를 통해 현대와 과거를 넘나들고 물질성과 정신성, 문명발전과 환경파괴에 대한 작가적 해석을 고찰해 보는 아트로드를 열고자 한다. 또 도시와 섬이라는 서로 다른 물리적 환경에서의 차이와 특성을 파악하여 인간과 사회적 환경에 보다 밀착할 수 있는 방식으로의 새로운 시도들을 집중적으로 펼쳐가고자 한다.
삶의 작은 축소판인 시장을 비롯해 거리, 카페, 상점 등 무대가 아닌 일상적인 공간을 직접 찾아다니며 지역과 지역민들의 특성에 맞는 맞춤형 퍼포먼스를 통해 향후 지역민, 지역상인, 예술인, 관광객, 관공서가 서로 윈윈윈 할 수 방법과 대안을 제시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