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 지역 브랜드 살리기의 일환으로 태동한 지역축제는 이제 각 기초자치단체마다 계절별 축제를 상품화하여 적어도 년4회의 축제를 정례화해 가고 있다.
지역축제가 다 그만그만하다고 하고 낭비성이네 선심성이네 하며 축제산업에 전반적으로 비판적 시각이 팽배해 있는 요즘, 충북 영동군은 남다른 시각으로 축제를 전략적으로 키워 가고 문화관광 컨텐츠를 체계화하기 위해 영동축제관광재단을 출범시키고 영동4대축제를 브랜드화해 나가는 작업을 하고 있어 축제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영동포도축제, 영동난계국악축제, 대한민국와인축제, 영동곶감축제의 4대 축제를 전문성과 창의성을 살려 영동만의 차별화된 색깔을 보인다는 전략이다.
더페스티벌은 이러한 축제 만들기 비전과 미션을 수행해가는 중심에서 영동축제 네 척의 배에 올라타 조종간을 잡고 있는 축제총감독 백성우 팀장을 만났다. 그가 문화가 깃든 축제의 도시 영동을 표방하고 있는 영동군의 4대축제를 축제 총감독으로서 어떻게 만들어 갈지 알아본다.
TheFestival : 영동의 축제가 우리나라의 선진 축제대열에 합류했다고는 보이지 않는데요, 영동축제의 현주소를 말해 주시겠습니까? 타 지역에 비해 축제의 경쟁력이 어떻다고 생각하시는지요?
백성우 : 예, 그렇습니다. 전체축제를 바라보는 현 실태의 큰 그림을 본다면, 축제의 발전가능성은 가지고 있지만, 지금까지 해왔던 관행은 여전히 버리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고 봅니다. 농촌지역에서 진행되는 만큼 가장 큰 핵심은 고령화로 이루어진 축제 성장 동력원을 어떻게 동기부여 시키며 축제를 함께 성장시킬 것인가가 열쇠인 것 같습니다.
TheFestivall : 영동의 4대축제를 하나하나 축제별로 볼까요?
백성우 : 8월에 개최되는 영동포도축제는 영동포도라는 브랜드 인지도 측면에서 충분히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고 봅니다. 따라서 프로그램의 지속적인 업그레이드를 시켜 가면 경쟁력은 있다고 보지만, 포도라는 과일이 주는 축제소재 개발에 있어서는 타 지역축제와의 차별화에는 여전히 한계가 있다고 봅니다.
10월에 개최되는 제51회 영동난계국악축제는 오랜 기간 동안 지속되어 온 만큼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는 자세가 필요해 보입니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정통국악’=‘영동’이라는 군민의 자부심 확보와 대한민국의 대표 콘테츠 확장이라는 계기를 만들어 글로벌 콘텐츠로 기획해가는 동력을 창안할 수 있습니다.
10월 같은 기간에 함께 개최되는 대한민국와인축제는 무엇보다 농가형 와이너리의 성장모티브가 될 수 있느냐가 관건입니다. 축제를 통해 와이너리의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하면 축제는 정체되기에 산업형 전략이 필요해 보인다는 겁니다.
또 겨울에 개최되는 영동곶감축제는 젊은이와 청소년들에게 겨울철 건강 먹거리라는 메시지와 친숙한 먹거리로 다가가게 하는 전략이 축제를 지속성장 가능토록 할 겁니다. 또한 특산물축제의 기본적인 성공요소이기도 하지만, 타 지자체와의 임산물 품질 경쟁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판단됩니다.
TheFestivall : 축제관광재단의 태동에 어떤 동인이 있었을 것이고, 설립목적과 초임감독으로서의 축제관이 잘 맞아서 오셨을텐데, 어떤 일이 계기가 되어 영동의 축제를 맡게 되셨나요?
백성우 : 영동축제관광재단은 충청북도 1호 축제전문재단으로 탄생되었습니다. 그만큼 농촌지역 축제의 한계성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고, 특히 과일농사가 주를 이루는 영동에서 체계적인 관광정책을 펼치기 위해서는 축제부터 올바르게 성장 시킬 수 있어야 한다는 취지아래 출범하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제가 맡은 영동축제관광재단의 축제업무는 특별한 매력이 있습니다. 지자체에서 운영하던 모든 축제를 이관 받아 365일 축제만 고민하고 기획할 수 있는 조직이라는 매력에 공채로 지원하게 되었고, 초임감독으로서 재단의 업무와 축제의 방향성을 잡는 기초적 반석을 세운다는 각오로 일하고 있습니다.
TheFestivall : 영동의 축제는 계절적으로나 축제 소재로나 약간의 쏠림현상이 있다는데요, 축제를 기획하는데 힘들지 않으신지요? 모든 축제가 하반기에 몰려있고, 예산도 균등배분된 것 같지 않고 말입니다. 관련기관도 이해당사자 지도(Map)도 복잡해 보이는데요.
백성우 : 좋은 지적입니다. 우선 포도축제와 곶감축제는 최고의 수확량과 질을 확보할 수 있는 출하시기를 맞추기 위해서는 개최시기가 어쩔 수 없고, 봄철에 영동으로 방문하시는 관광객은 많지만, 남아있는 영동난계국악축제와 대한민국와인축제를 봄으로 옮길 수 있는 여건도 농촌에서 제일 바쁜 ‘농번기’라는 지역 특수성 때문에 가을에 두 축제를 묶어서 진행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사실 앞으로는 대한민국와인축제와 영동난계국악축제를 분리시키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각 계절마다 대표적인 축제를 배치하여 ‘4계절 축제가 있는 영동’이라는 축제관광정책을 펼치기 위한 방안도 준비 중입니다.
TheFestival : 영동의 축제들 중에서 충북을 대표하는 축제 또는 우리나라의 대표적 문화관광축제로 등극시킬 만한 게 있나요?
백성우 : 그렇잖아도 현재 4대축제 총감독으로써 ‘문화관광축제에 등극시킬 것인가?’라는 문제로 많이 고민하고 있습니다. 과연 문화관광축제로 등극 못시키면 좋은 축제가 아닌가? 물론 문화관광축제에 등극시키면 좋지요. 기분 좋게 국비 지원 받아 좋지만, 무엇보다 지역 내에서 각 축제별 방향성에 맞는 축제기획이 지속가능성을 가지고 성장될 수 있느냐 또는 성장시켰느냐 라는 결과가 나오면 자연스럽게 어느 순간 문화관광축제가 될 수 있다 봅니다.
TheFestival : 나름대로 혜안을 가지셨고 방향성은 정립되어 있다고 판단되는데요, 그렇다면 영동의 축제들은 어떻게 방향을 잡아가실 계획인가요?
백성우 : 영동에서 추진하고 있는 4대축제는 축제마다 소재에 따른 이해관계자와 축제에 따른 효과가 다르기 때문에 기획방향이 다르게 가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그래서 올해 초 4대 축제별 방향성을 마무리 지었는데요,
1) 영동포도축제는 영동포도 브랜드 인지도의 지속적인 확보와 브랜드 업그레이드를 위한 가족단위 방문객을 위한 농촌체험관광형 축제로 기획방향을 잡았습니다.
2) 영동난계국악축제는 역사가 오래된 만큼 지역민이 가장 참여하기 쉽고 지역민의 관심도가 가장 높아요. 그래서 지역 국악자원의 적극적인 활용과 전국의 국악대표 공연예술이 가미된 지역의 대표 공연예술제로 키울 겁니다.
3) 대한민국와인축제는 2차 가공품인 국내 와인이자 영동의 대표 와인을 키우기 위한 산업형 축제입니다. 농가형 와이너리의 경쟁력 확보를 위한 컨벤션이 융복합된 전시형 축제로 키우려 합니다. 그래서 해외 바이어 수출상담회나 실질적인 경제효과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창구를 지속적으로 만들어 낼 계획입니다.
4) 영동곶감축제는 영동의 연중 마지막 축제이고 겨울축제입니다. 지금까지 영동군에 공헌도가 가장 낮았던 축제입니다. 영동의 임산물인 <영동곶감>의 인지도 확보를 위한 적극적인 마케팅 활동을 할 것이며, 또 겨울에 개최되는 지역개발형 축제로 자리매김 되도록 기획을 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젊은 층으로부터 겨울철 건강먹거리가 곶감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는 노력에 축제가 한 몫 할 것입니다.
TheFestival : 좀 어려운 질문인데요, 지역축제의 사회적 문화적 경제적 효과에 대한 포커스가 축제마다 다를텐데요, 영동의 축제들은 어떠한 효과에 중점을 두고 기획하시는지요?
백성우 : 영동 4대축제는 축제계나 관광업계에서 흔히들 이야기 하고 있는 사회적, 문화적, 경제적 효과는 일단 접어둔 상태입니다.
무슨 말이냐면 지금까지 평가보고서나 축제후 피드백을 통한 효과들이 지역내 실질적인 파급효과를 가져 왔느냐를 면밀히 들여다 보면 사실 미지수입니다. 따라서 영동 4대축제는 일단 향후 3년 안에 지역사회 공헌도의 확보와 축제로서의 가능성 그리고 축제의 가치가 있는가를 먼저 냉엄하게 판단하겠습니다.
TheFestival : 지금까지 수많은 축제들을 기획하고 연출해 오셨는데 영동에서도 꽃을 피우시길 바랍니다. 앞으로 영동축제가 가장 크게 달라질 게 있다면요?
백성우 : 영동 4대축제의 가장 큰 문제는 축제마다 고유한 공간디자인을 할 수 있는 전용축제장이 없다는 것이었는데, 우리는 꿈이 있습니다. 앞으로 2021년 레인보우힐링타운이라는 전용축제장이 생깁니다. 전용축제장이 만들어지면, 영동 4대축제에 소재와 관련된 공간 디자인과 국제규모의 컨퍼런스, 전시 및 박람회를 가미한 프로젝트를 접목할 것입니다.
TheFestival : 우리나라 축제 전반적 발전을 위해 한마디 하신다면?
백성우 : 얼마전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 주재 아래 내년 문화관광축제 제도개편에 대한 토론 자리가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중앙정부 차원의 잦은 제도개편은 일선에서 축제를 기획하고 있는 실무자 입장에서는 굉장히 힘든 문제입니다. 지방정부 입장에서는 축제의 방향성을 잡기위해서는 광역정부와 중앙정부의 정책방향에 시선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습니다. 이번 문화관광축제의 제도개편이 지속가능한 모델로 성장되어 일선 지자체에서도 축제의 기획 방향성에 혼선을 빚지 않도록 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TheFestival : 백성우 감독께서는 축제 전문가로 다양하게 외부활동을 해 오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자신의 축제관을 피력해 주시겠습니까?
백성우 : 저의 축제관은 큰 도시이던 작은 도시이던 축제기획에 있어 본연의 가치와 의미가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입니다. 항상 축제기획을 함에 있어 되새기는 저의 축제관이자 좌우명입니다: “지역기반 문화, 예술, 관광의 궁극적 가치는 삶의 재미와 행복의 추구이며, 사회적 자본의 올바른 구현으로 문화적 메타포와 거점을 굳건하게 발현시키는 것”
올해 둘째 아들이 태어나 더욱 더 뜻깊은 한해를 맞는 그의 눈빛에는 영동축제에 대한 사랑이 아직도 커 가고 있음이 보였다. 끊임없는 혁신적 변화를 추구하는 모습이었다. 고도의 축제기획 능력이란 흄페터의 말처럼 창조적 파괴를 통한 지속적인 업무 프로세스 혁신일 것이다. 영동포도축제(8월23일~26일), 영동난계국악축제(10월11일~14일), 대한민국와인축제(10월11일~14일) 및 영동곶감축제(12월14일~16일)의 4대축제를 망라하여 어떠한 창조적 파괴가 일어날지, 어떤 방법으로 문화적 메타포와 거점을 굳건히 발현해 낼지 축제인의 관심은 영동으로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