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여름축제의 대표 주자가 된 전남 장흥의 정남진장흥물축제의 열 여섯번 째 잔치가 6일 폐막되었다.
온 세상을 물로 적셔라! 장흥에 빠져라!
슬로건대로 폭염 속의 탐진강과 편백숲 우드랜드를 시원하게 적셨다. 축제 기간 중 비 한 방울 내리지 않는 폭염의 날씨라서 이번 축제는 대 성황을 이루기도 했다.
장흥물축제는 해마다 수익금을 선뜻 밖으로 내어 놓는 착한 축제로 알려져 있는데, 올해는 지난달 집중호우로 피해를 입은 경북 봉화군에 3천만 원,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에 3천만 원, 도합 6천만 원을 기부했다.
올해는 특히 큰 수해를 입어 여름축제를 취소한 경북봉화은어축제를 생각하는 아름다운 마음이 화제가 된 것이다. 봉화은어축제는 정남진장흥물축제와 함께 우리나라 여름 축제를 이끌어가는 양대산맥이기에 더욱 의미가 있다는 게 축제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장흥물축제의 주재용 추진위원장은 "축제를 한 번 준비하여 치르는 데는 얼마나 많은 손발 맞춤과 입체적 지원이 필요한지 너무나 잘 알기에, 축제 취소 아픔을 겪는 봉화은어축제와 봉화군을 향해 빠른 수해 복구를 기대하는 뜻에서, 이렇게 선뜻 마음을 함께 하기로 결정을 했다"고 밝혔다.
사실 장흥물축제추진위원회는 지난 달 24일 전국적으로 비 피해가 있을 때 물축제 개최 여부를 놓고 긴급회의를 열어 고민을 하기도 했다. 장흥군과 추진위원회는 축제개최-축제취소-축제연기 등 여러가지 방향을 놓고 논의 끝에, 지역민과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축제를 개최하자는 방향으로 의견을 모았다. 주재용 위원장은 "축제 강행 시 비난 여론보다 취소 시 예산 손실과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 등을 더 고려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흥물축제 총감독 이영민 문화공방DKB대표와 축제추진위원장 주재용 장흥군번영회장▲
물의 도시 장흥의 정체성으로 밀어붙인 이 번 물축제는 역사상 최대의 만족을 느끼는 대박의 성과를 냈다는 평가다. 연일 기록적인 폭염 속에 물축제 매니아 급의 가족동반형 참가객이 물밀듯이 찾아왔다. 7월 26일 펼쳐진 살수대첩 거리 퍼레이드에는 1만 명이 넘는 참가객이 거리를 메워 역대급 물싸움 규모를 보여주었다. 수국통일(水國統一)을 주제로 펼쳐졌고 통일열차 퍼레이드카를 선두로 댄스팀, 타악팀이 일탈성과 예술성을 더하며 장흥의 도시역사성까지 잘 녹여 냈다.
이 축제를 10여년 기획 제작 연출하고 있는 이영민 감독은 "축제 기획의 핵심 전략은 킬러콘텐츠 안정화와 업그레이드이고 지상 최대의 물싸움을 공간적으로 확장하여 해석해 낸 살수대첩 거리퍼레이드 등을 브랜드화 해내는 것이다. 다행히 이 전략 수행에 지역주민과 중앙로 상인들의 적극적 참여가 큰 역할을 했다"며, "앞으로 장흥의 역사와 문화를 담아 내는 콘텐츠가 지속적으로 개발되어야 하며 축제 알리기 보다 축제 즐기기에 집중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남진장흥물축제는 지난 16년 동안 변화의 시기마다 대표적인 킬러콘텐츠를 개발해왔다. 2011년 장흥물축제의 안정적인 도약을 이끈 <지상최대의 물싸움(육상)>과 <황금물고기를 잡아라(수상)>에 이어, 2015년 중앙로 중심 상권으로 축제 공간을 확장해 지역민이 방문객과 함께 물싸움 공방전을 벌이도록 참여를 이끌어낸 테마형 <살수대첩거리퍼레이드>가 압권이다. 2015년 야간 프로그램 정착으로 체류형 축제로서 제2의 도약에 원동력이 된 <장흥 워터락 풀파티>와 <별밤.수다(水多)쟁이>, 그리고 2016년 장흥 고쌈 줄당기기의 전통을 현대적으로 계승한 <수중 줄다리기>와 2019년 동학 최후의 격전지 석대들 전투의 의미를 부여한 <지상최대의 워터붐>까지 정남진장흥물축제는 변화의 시기마다 신규 킬러콘텐츠 개발과 인큐베이팅으로 축제 알리기 보다는 축제 즐기기에 집중해 왔다. 2023년 제3의 도약을 위해 장흥의 역사인물과 문학을 소재로 한 주제공연 워킹 퍼포먼스 <정남진 장흥 워크>를 선보였다. 핵심은 킬러콘텐츠의 브랜드화를 통한 재방문율 제고에 있다."고 축제의 어제와 오늘을 정리하여 말했다.
정남진장흥물축제가 대한민국 대표 여름축제가 되기까지 장흥군의 축제 기획 열정과 수행 전략 위한 학습 욕구 그리고 겸허히 받아내는 평가 환류 시스템이 쉼 없이 발전해 왔다.
무엇보다도 주무관이 바뀌지 않고 지속적으로 축제의 연구 개발 및 성장에 관여해 온 것이 큰 성공요인이기도 하다.
그는 팀장이 되어서도 지속적으로 축제 성장에 정열을 쏟는 원견명찰(遠見明察)의 공무원 상을 이루어 가기도 한다. 바로 전희석 관광진흥팀장이다.
전희석 팀장(사진)은 "탐진강의 맑은 물을 즐기는 축제지만 하늘에서 떨어지는 물을 조달하기 위해 수도물을 끌어 오고 있으며, 수자원공사에 의뢰해 장흥댐 물속의 시원한 심층수를 탐진강으로 흘려보낸다"며, "수온이 17도 정도 안팎이 되는 물을 탐진강 상류에 넣으면 몇 시간 흘러 내려와 축제장 수온은 22~3도 정도여서 매우 시원함을 느끼게 된다"고 말한다.
과학적인 물관리가 축제 성공의 기틀을 잡고 있기도 하지만 세계 최대의 물축제인 태국 송끄란축제도 직접 벤치마킹하며 학습곡선을 2차함수화 해 왔던 것이다.
축제의 대표 프로그램인 <지상최대의 물 싸움>과 <지상최대의 워터붐> 프로그램은 한 낮 최고의 온도를 식혀주기에 제격인 킬러 콘텐츠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그 이면에는 무엇보다도 감칠 맛 나는 진행의 묘미로 축제의 상품성을 제공해 준다는 설문 조사 결과가 있었다. 바로 축제 진행자로서 9일 내내 활동하고 있는 축제 전문 MC 도널드이다. 그의 축제 발전을 위한 역할과 의지를 장흥 주민들은 높이 산다고 한다.
"3, 2, 1, 발사!!"
라는 카운트 다운 신호에 따라 축제 참가객 모두는 진정으로 시원하고 행복한 물축제의 주인공이 된다는 것이다.
축제 전문 MC 도날드 (본명 오동수)는
"올해 제16회 정남진 장흥 물 축제는 말 그대로 명불허전, 대박이었다. 내가 진행 했지만 9일간의 대장정이 어찌 마무리 됐는지 나도 모르게 끝이 났다. 축제의 진행자로 9일간 함께한 하루하루가 너무 행복했다"고 소회해 내며, "어머니의 품처럼 따뜻하고 온화한 정(情)이 넘치는 곳, 장흥이라는 지역적 특성을 축제에 많이 담아내려 했다"고 말했다.
그는 물이 주는 최고의 의미인 상선약수(上善若水)를 견주어 장흥물축제를 내세우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상선약수, 즉 지극히 착한 것은 물과 같다는 뜻의 노자 사상 선(善)을 피력하고 있다.
MC도날드 오동수씨는 "물은 만물을 이롭게 한다. 하지만 자신의 공을 내세우지 않는다"라는 말을 하고 나서, "물이 좋아 물축제를 찾는다. 이 세상 모든 사람이 활짝 웃으며 엄지 손가락을 치켜 올려 주는 현장에 늘 함께하는 도널드가 되겠다. 출동 도널드가 간다!"고 힘차게 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