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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문환의 하동편지 제257호 정월대보름달 기다림
조문환 기자    2016-02-29 22:12 죄회수  4378 추천수 2 덧글수 1 English Translation Simplified Chinese Translation Japanese Translation French Translation Russian Translation 인쇄  저장  주소복사

작전명 “보름달을 뜨게 하라!”

정월대보름달을 보셨습니까?

매달 한 번씩 볼 수 있는 보름달이지만 그냥 보여지는 것이거나

그냥 뜨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아시는지요?

지난 정월대보름 행사는 비가 올 것이라는 일기예보도 빗나가게 하고

계절적으로 불어 닥치는 바람도 잠자게 하는 하나의 작전 속에 치러졌습니다.

평사리 들판에 달집이 세워진 것은 보름 이틀 전이었습니다.

달집을 지을 때만 하더라도 일기예보는 비가 올 것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이에 아랑곳 하지 않고 청년회는 중장비까지 동원하여 달집을 짓기 시작했고

달집 속에 채워 넣어야 할 나뭇가지들은 면민들이 십시일반 동참하여 채워졌습니다.

부녀회에서는 음식을 장만하고 온갖 봉사단체들이 동참하였습니다.

마치 달이 뜨지 않는다면 중대한 결단이라도 할 것처럼 말입니다.

천국은 침노하는 자의 것이듯이

보름달을 보는 것도 달을 뜨게 하는 염원과 열정이 모여서 이루어지는 것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온갖 부정적인 조건 속에서 이런 침노하는 노력에 의하여

드디어 기적적으로 달은 뜨고야 말았습니다.

아니 뜰 수밖에 없었습니다.

일기예보까지 빗나가게 하고 평사리 들판을 휘감아 돌았던 회오리바람도

꼭 그 날만 잠잠하게 된 것은 과연 우연이라 하기에는 무리였습니다.

달도 띄울 수 있는 기도,

이번 정월대보름은 그런 기도의 응답을 볼 수 있었습니다.

기다림

기다리다 지쳤다고 하지만

누구는 기다리다 망부석이 되었다지만

기다리다 지치고 망부석이 된다는 건

얼마나 아름다운 일이겠니

적어도 우주가 수백바퀴는 돌고

남녘의 새 수천 번 노래하고

북녘의 새 수만 번 울어야

꽃 한 송이 피워내는 것이니

기다림만큼 소중한 거름이 있겠니

기다림만큼 영근 열매 맺게 하는 것 있겠니

그러니 이제부터 우리

기다리다 망부석이 될지언정

기다리다 지쳤다는 말은 하지말자

난 널 오늘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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