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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문환의 하동편지 제267호 어버이날 / 청보리밭
조문환 기자    2016-05-09 23:59 죄회수  4261 추천수 1 덧글수 1 English Translation Simplified Chinese Translation Japanese Translation French Translation Russian Translation 인쇄  저장  주소복사

이놈들아 어버이날인데 뭐 없냐?

지인이 이런 문구가 적힌 현수막 사진을 보내주셨더군요.

“이놈들아 어버이날인데 뭐 없냐?”

얼마나 익살스럽고 우습던지요...

서른 개 마을 중 스물한 개 마을에서 작은 잔치가 열려 엄청나게 바쁘게 다녔습니다.

마을마다 부녀회와 청년회에서 조촐한 오찬을 준비하였더군요.

직원들이 만든 카네이션을 제가 방문하는 마을 최고령 어르신들께 달아드렸습니다.

마지막 동네에 가서는 결국 푸짐한 점심을 대접받았습니다.

그 대가로 노래 한 곡조 뽑았지요.

“옥경이 ~~~~ !!!”

별로 해 드린 것은 없지만

한 주간 내내 어버이 날 준비하는 마음으로 보냈던 것 같습니다.

어르신들이 편하고 행복해야 이 사회가 편하겠지요.

정작 그 생각뿐이었는지 어린이날을 위해서는 준비한 것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어린이날 아침에 불현듯 미안하고 자책감까지 밀려왔습니다.

어린이들이 우리사회의 한켠으로 밀려나서는 안 되는데 말이지요.

“미안하다 아이들아! 내년 어린이날은 결코 잊지 않을게!”


청보리

헤푼 그녀

몸도 마음도

다아

바람에

맡겨버리고

주체할 수 없는

슬픈 춤사위에

옷고름 흐르고

바람이 파고 든 자리

치맛자락

흩 풀려져

논배미에

나부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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