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주례
조카의 간청에 못 이겨 주례라는 것을 하고 돌아왔습니다.
그것도 서울 그것도 강남의 어느 작은 웨딩홀,
깡 촌놈이 서울 한 복판에서 폼 한 번 잡아봤습니다.
하고나니 이게 장난이 아니더군요.
주례를 하는 것 때문이 아니라 주례사의 내용에 책임을 져야하는 것 때문입니다.
나의 삶이 따라주지 않은 주례사라면 그게 무슨 효용이 있겠는가?
새로운 커플에게는 또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
이런 부담이 “확”다가왔습니다.
어쩔 수 없이 하기는 했지만
내가 한 말들로부터 얽매이지 않으려면 가급적 이런 일들은 피해야겠죠?
추석이 곧 내일입니다.
오고 가시는 길, 안전과 즐거운 여행되시길 빕니다.
무장해제
그 무서운 아지트
죽음의 그늘
송곳 같고 칼날 같은 철조망
참호에서 이제 나오라
겨누었던 총부리도 내려 놓으라
상처도 씻으라
무지막지한 불온삐라, 허황된 거짓말
모두 지워버리고 태워버려라
하투(夏鬪)가 끝나고 적들도 고향으로 돌아갔다
처처에 가렸던 녹색의 장막들도 철거되어
차단됐던 빛이 쏟아져 내리고
숨 죽였던 짐승과 새들도 돌아왔으니
이제 율(栗)본색 드러내고
너를 위해 마련 해 놓은 옐로 카펫위로 뛰쳐나와
다람쥐와 멧돼지와 토끼들과 연주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