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깨 반 되
마을 이장님 한 분이 쇼핑백 하나를 가져오셨습니다.
백 안에는 비닐봉지에 뭔가 잘 담겨져 있었습니다.
무엇이냐고 물으니,
“지난 번 저의 어머니와 대화 중 면장님에게 주시기로 약속을 하셔서
오늘 꼭 갔다 드리라고 해서 가져왔습니다”라고 하시더군요.
봉지에는 반 되 쯤 되는 참깨가 담겨져 있었습니다.
뙤약볕에 깻대를 두들기고, 바람에 겁질을 날려 알맹이를 가리고... 하셨을 이장님 어머니가 떠올랐습니다.
올해는 김장용 무와 배추가 가격이 오를 것이라 합니다.
하지만 감 값은 지난 해 보다 더 떨어져 “똥값”이 되리라는 소식입니다.
풍년이라고 마냥 좋은 시대가 아닌 듯하여 감나무 밭을 지나기가 그리 편지 않는 날들입니다.
서울에 며칠 다녀오면
봄에 집을 비우고 며칠 서울에 다녀오면
시골은 여드름 난 청춘마냥 여러워 한다
여름에 며칠 서울에 다녀오면
시골은 유화 속의 동네가 되어 홀로 멈춰 있다
늦가을이 되어 서울에 며칠 다녀오면
시골은 도둑맞은 사람처럼 그냥 주저앉아 있다
겨울에 며칠 비우고 서울에 다녀오면
시골은 훌라당 벗고 쫓겨나 있다
키 쓰고 소금 빌리러 옆집 대문 앞에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