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페스티벌 즐겨찾기 추가
  • 2024.12.26 (목)
 축제뉴스 축제뉴스전체
하동에서 온 편지 (39)
더페스티벌 기자    2011-10-16 23:55 죄회수  3285 추천수 2 덧글수 3 English Translation Simplified Chinese Translation Japanese Translation French Translation Russian Translation 인쇄  저장  주소복사

 

(가을잡기.......평사리백사장에서 의좋은 남매, 평생못잊을 순간으로 기억 될 것입니다.)

 


다시 독(獨)뫼골을 가다!

지난 6월 초, 청학동 계곡에 사뿐히 내려앉은 독뫼골은 모내기로 한창이었습니다.


모내기래야 경운기로 한나절이면 뚝딱 해치울 만치 초생달 처럼 생긴 작은  논배미지만

그 모습에 반한 저는 황금색으로 변한 독뫼골 논배미는

무슨 일이 있어도 놓치지 않고 봐야겠다는 다짐을 했었습니다.


이날따라 아침안개가 지척도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로 겹겹이 쌓여있었고

청학동계곡은 더더욱 늦게 기지개를 켜고 있었습니다.


혹시 타작을 다 해버렸다면 어쩌지.... 또 다시 1년을 기다려야 하는데...


독뫼골에 가까워질수록 가슴이 뛰고 조바심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수 십 고개를 돌아돌아 마지막 고개를 돌 무렵

갑자기 안개가 걷히고 독뫼골에 마치 돋보기로 빛을 모은 듯

마을에 집중된 태양으로 동네가 분부시게 빛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나뭇가지 사이로 스치는 황금색


아! 다행이다. 들판이 그대로 살아 있어. 내가 오기를 기다렸어 독뫼골이...


헐레벌떡 좁을 길에 차를 세우고 독뫼골 초생달을 응시하기 시작했습니다.


아뿔싸, 위쪽 세 배미는 이미 타작을 마친 상태,

그 완벽한 초생달 보기는 틀렸다는 낙담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이것만이라도 볼 수 있다는 것이 어디야....

아니야, 오히려 살푼 빈모습도 나름대로 좋아...


스스로 자조해야만 했습니다.

독뫼골 논배미는 그 자체가 예술입니다.


춤추는 듯한 곡선, 빼어난 듯한 몸매,

청학동 계곡이 휘감아 돌아 그 잘록한 허리며 형상이 춤추는 듯 하였습니다.

논배미가 내려다보이는 길 위에서 앉기도 하고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 보기도 하고

저의 독뫼골 감상은 끝날 줄 몰랐습니다.


앞으로 10년 후에도 이 모습을 볼 수 있을까?

누군가 이 모습을 지켜내야 하는데...

독뫼골을 지키고 있는 분들은 모두 노인분들입니다.

그나마 일 골병에 더 이상 농사일을 할 수 있는 분들은 거의 없습니다.


동네로 들어가 보기로 했습니다.

시간이 멈춰지고 일체의 활동이 정지된 듯 해 보였습니다.

개 짖는 소리 외에는 정적 뿐 이었습니다.


담 넘어 빨래하시는 할머니, 마루에서 밤을 까 드시면서 소일하시는 할아버지,

설흔 여섯되는 아들자식 결혼을 시켜야 하는데....

그 이야기를 뭘라고 해!


할아버지의 넋두리에 할머니가 쏘아붙였습니다.

이제 그 나이 쯤 되면 지가 알아서 해야죠 할아버지

좋은 색시 데꼬 올낍니더...걱정 마이소!


초생달처럼 잘록한 허리를 가진 독뫼골 그 자태는 쏴하지만

그 속을 들여다 가슴은 짠하기만 합니다.


아, 독뫼골에 더 이상 희망은 없는가?

초생달 독뫼골 논배미, 이제 화려한 황금옷을 벗어던지고

긴 겨울의 터널 속으로 빠져들게 될 것입니다.


내년의 그 푸르름을 기약하면서......

(언니 이름은 뭐야? 서로들 예쁜 한국이름표 받아들고 즐거워하고 있는 순간입니다)

나도 이쁜 한국이름 생겼어요!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 맞는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저의 셋째 누님의 이름은 차남입니다.

기다리던 아들을 낳지 못하자

다음에는 꼭 아들을 낳고자 하는 부모님의 기도가 그 이름에 담겨 있습니다.

넷째 누님은 현숙입니다. 현숙한 여인이 되라는 소망이지요.


예전에는 여자의 경우 영자, 정자, 춘자, 명자, 순자, 숙자, 정희, 정숙과 같은 이름이,

남자의 경우에는 주로 철수, 영수, 영호, 용철, 석수, 희섭과 같은 이름이 흔했던 기억입니다.


할머니들의 이름을 보면 웃긴 이름들도 있습니다.

딸을 그만 낳으라고 딸그막이, 막내딸이 되라고 막딸이,

또 순이가 낳다고 또순이, 또 딸이라고 또딸이...


저의 엄마 이름은 귀점인데 그나마 귀한 딸이라고 지어졌는가 봅니다.

외할머니 이름은 아기입니다.

호적에는 "악이"로 잘못 올려졌는데 아기 같다는 뜻인지는 모르나

외할머니는 아주 작은 키에 짱짱하게 생기셨습니다.


애칭인지는 모르나 야머치라는 이름도 있었던 기억입니다.

야무지게 생겼다는 뜻이 있었나 봅니다.


이처럼 옛날 우리들의 이름에는 그 나름대로의 의미와 희망 그리고 애환까지도

담겨져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러했던 것이 최근에는 남자의 경우 민준, 현우, 동현, 준혁, 민재, 도현, 현준, 승민 ...

여자의 경우 서연, 민서, 수빈, 유진, 민지, 수민, 예원과 같은 이름이 가장 흔하다는 통계도 있습니다.

신세대 엄마 아빠시라면 이들 중에 아들, 딸들의 이름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요새 이름들은 아주 화려하고 유행을 많이 따르는 것 같습니다.

특히 방송에 나오는 아이돌과 같은 연예인들은

아예 한국식 이름은 거의 찾아보기가 힘들 정도입니다.


어디 한 번 들어보실래요?

이들 중에 아는 가수 몇 명이나 있는지 한 번 체크 해 보시죠.


샤이니, 슈퍼주니어, 트랙스, 빅뱅, 엠블랙, 비스트 B1A4, 보이프렌드, 인피니트, 틴탑, 2PM, 2AM, 브라운 아이드 소울, FT아일랜드, CN블루, 유키스, SS501, Touch, X-5, 블락비, 젝스키스, HOT, 세븐

F(x), 2EN1, 시스타, 포미닛, 카라, 레인보우, 걸스데이, 5dolls, 치치, A-pink, 지피베이직, 미스에이, 나인뮤지스, 에프터스쿨, 오렌지캬라멜, 레드, 블루, 원더걸스, 블랙펄, 쇼콜라, 다비치, 티아라, 가비엔제이, 피기돌스, 브라운아이드걸스, 쥬얼리, 시크릿, 초콜릿, LPG, 베베미뇽, 빅마마, 스피넬


아휴 발음도 잘 안되네.....

사이트를 검색해서 나온 이름들이 대충 이 정도였습니다.

뭔가 있어 보이시나요?


옛날에도 바니걸서, 투코리안스, 어니언스와 같은 그룹이름들이 있었지만

그래도 그리 멀게 느껴지지는 않았는데

어쩐지 요새 아이돌의 이름들은 딴 세상 사람들의 이름 같기도 합니다.


아니면 제가 딴 세상 사람인가요?

지난 한글날에는 아주 뜻 깊은 행사가 있었습니다.

외국에서 시집온 새내기 아낙네들의 한국이름 명명식이 있었습니다.


저의 편지에도 몇 번 나왔던 배다리, 하동읍성, 코스모스 길의 동네인 고전면에서

이종수 면장님이 기발하지만 그러나 깊은 성찰과 애민의 마음으로 준비하셨습니다.


이 분들이 타국으로 시집을 와서 어려운 살림살이에 적응하기가 그리 쉽지 않고

피부색과 말이 다르고 이름도 부르기가 힘들어 이방인이 되지 않을 수 없는

환경이었습니다.


이름은 모두 면장님이 지으셨는데

가급적 성은 출신 국가명을,

이름은 본인의 이름과 유사하게 지어 이름의 주인공들을 깊이 배려했습니다.


예를 들면 베트남 출신은 배씨, 필리핀은 이씨, 일본인은 일본의 출신지 동네의 이름을 빌렸습니다.


그러니까 최초의 베트남 배씨, 필리핀 이씨가 되는 것입니다.

어디 그 예쁜 이름들을 한 번 보시겠습니까?

마쓰오키데루미 - 한루미

판티디에우히엔 - 배희영

도밍고데이시레밍고 - 이민경

자우티투이 - 우두희

레띠두안 - 배두영

럼미시엔 - 이수인

푸르덴시아도질디에이 - 이시아

애들린 - 이애련

띵티안이 - 임수현

토노베가즈에 - 문지예


이날 고전면을 섬기시는 많은 분들이 참여해서 축하를 해 주셨습니다.

그 뿌듯해 하는 모습들,

이제야 진짜 한국사람이 되었다는 자부심,

우리는 같은 동네 사람이고 이웃이자 식구라는 공감대가 진하게 흘러나왔습니다.


그러나 이 분들에게는 이제 막 하나의 울타리만 넘었을 뿐입니다.

아직도 말과 다른 문화, 음식, 생각, 편견 .... 넘어야 할 산과 강이 많습니다.

이름의 울타리를 넘었듯이 남은 산과 강도 분명 훌륭히 넘고 건널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하동에서 조문환 드림>


 

태그  하동 조문환,독뫼골,가을하동,청학동,섬진강,다문화가정,고전면
 이전기사      다음기사   메일       인쇄       스크랩
  목록으로 수정    삭제
덧글쓰기 댓글공유 URL :  
폰껍데기   2011-10-18 10:23 수정삭제답글  신고
섬진강변의 다정한 어린이 오누이 참 좋아 보입니다. 근데 물 속에서 사진 찍으셨나봐요
즐거운인생   2011-10-17 00:28 수정삭제답글  신고
가을들녁이 참 아름다운 하동이네요.. 이삭 주우러 독뫼골 가볼까나??
축제포토 더보기
인터뷰  
[인터뷰] 놀이와 제의 엮는 극단 ...
우리나라어느축제를가도빠질수없는...
인기뉴스 더보기
중앙로56 겨울마법으로의 초대 담...
건원릉 고석 오랜 임무를 마치다 ...
진천흑미누룽지통닭 애호박스프 흑...
축제리뷰 더보기
계룡저수지 산책로 계룡지둘레길...
밤 깊은 마포종점 축제로 새롭게...
만두도시 만두성지 원주만두가 ...
강경젓갈축제 상월고구마 찰떡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