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 뉴스
AI, 안경 속으로 스며들다
13세기 이탈리아 베네치아의 어느 고즈넉한 수도원, 한 수도승이 글을 읽기 위해 돋보기 두 개를 못으로 연결해 코 위에 얹었다. 이것이 인류가 시력을 보조하려 만든 '안경'의 투박한 첫 모습이다. 그로부터 약 700년이 흐른 2026년 오늘, 안경은 단순한 시력 교정 도구를 넘어 우리 삶을 능동적으로 돕는 인공지능(AI) 파트너로 진화하고 있다.
이제 고개를 숙일 필요가 없다
우리의 아침은 늘 스마트폰 화면을 보느라 고개를 숙인 채 시작되곤 했다. 지하철에서도, 카페에서도 사람들은 손바닥 안의 작은 화면에 갇혀 앞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 하지만 AI 안경은 이 풍경을 완전히 바꿔놓을 것이다.
이제 알림과 데이터는 아래가 아닌, 사용자의 시선이 머무는 허공에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단순히 정보를 보여주는 수준을 넘어, 일상의 사소한 순간들이 마법처럼 펼쳐진다.
양손에 짐을 가득 들고 장을 볼 때, 더 이상 폰을 꺼낼 필요가 없다. 렌즈 위에 뜬 '구매 목록'을 보며 카트를 밀고, 제품을 바라보는 것만으로 최저가와 성분 분석표가 공중에 나타난다.
거실 에어컨이나 조명을 바라보면 가상의 제어창이 생성된다. 손가락을 허공에서 까딱이는 제스처만으로 온도를 조절하고 불을 끌 수 있다.
처음 보는 사람과 인사할 때, AI는 상대의 이름과 지난 미팅 내용을 렌즈 구석에 살짝 띄워준다. "성함이 뭐였더라?" 하며 당황하던 일은 이제 과거의 유물이 된다.
요리할 때 젖은 손으로 레시피를 넘길 필요도 없다. AI가 냄비 안을 보고 "지금 소금을 넣으라"며 다음 단계를 시각적으로 가이드한다. 기계를 수리할 때도 나사 하나하나를 화살표로 가리키며 조립 순서를 알려준다.
스마트워치가 심박수 같은 신체 정보에 집중했다면, AI 안경은 사용자가 보는 '외부 환경'을 함께 바라보며 시야의 일부가 된다. 기술적으로 '호기심'을 모방한 AI는 이제 수동적인 알림을 넘어, 사용자와 함께 보고 능동적으로 사고하는 단계에 진입했다.

거인들의 치열한 선점 경쟁
지금 빅테크 기업들은 차세대 플랫폼인 AI 안경 시장을 차지하려 총성 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메타(Meta)는 레이밴과 협업한 시리즈로 시장을 선도 중이다. 실시간 번역과 사물 인식은 물론, 2025년 하반기에는 디스플레이가 탑재된 버전까지 내놓았다.
아마존(Amazon)은 에코 프레임을 통해 음성 비서 '알렉사'에 특화된 안경을 판매하고 있다.
구글은 제미나이(Gemini)를 탑재한 안경을 2026년 출시 목표로 개발 중이고, 삼성 역시 구글, 퀄컴과 손잡고 젠틀몬스터 등과 협업할 가능성이 높다.
애플(Apple)은 2026년 말, 비전 프로보다 훨씬 가볍고 일상적인 형태의 스마트 안경을 내놓을 전망이다.
중국의 바이두, 샤오미는 물론 디자인이 뛰어난 이븐 리얼리티즈(Even Realities) 등이 매니아층을 형성하며 시장을 키우고 있다.
2026년은 주요 거인들이 격돌하며 시장이 급성장하는 변곡점이 된다. 우리는 이제 스마트폰을 내려다보는 대신, 안경 너머로 펼쳐지는 '확장된 현실' 속에서 소통하게 될 것이다.
AI 안경이 바꿀 축제의 풍경
AI 안경이 대중화된 축제 현장은 그야말로 데이터와 상상력이 현실 위에 덧입혀지는 새로운 체험의 장이 된다.
수만 명이 모인 복잡한 축제장에서도 화장실이나 친구의 위치를 AR 화살표가 바닥에 표시하며 길을 안내한다. 해외 페스티벌에 가도 두려울 게 없다. 가수의 멘트가 눈앞에 모국어 자막으로 흐르고, 안내판도 모국어로 번역되어 보인다.
또한, 가수의 노래에 맞춰 하늘에서 디지털 불꽃이 터지거나 거대한 상상의 동물이 무대 위를 날아다니는 장관이 펼쳐진다. "지금 이 순간 녹화해 줘!"라고 말만 하면 내 시선 그대로 고화질 영상이 기록되어 중계까지 가능하다. 장애를 가진 이들에게는 음악을 시각적 파동이나 음성 가이드로 변환해 축제의 즐거움을 온전히 누리게 해준다.
물론 사생활 침해나 배터리 문제 같은 과제는 남아 있다. 하지만 스마트폰이 그러했듯, AI 안경 또한 우리의 삶을 완전히 바꾸어 놓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