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 뉴스
데이터의 재조합을 넘어 '의미의 시대'로
인류 역사는 도구의 진화와 궤를 같이해 왔다. 인쇄술이 지식의 보편화를 이끌고, 카메라가 회화의 본질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듯, 생성형 AI는 인간 고유의 영역으로 믿어왔던 '창의성과 창작'이라는 개념을 근본적으로 흔들고 있다. 주목해야 할 것은 인간의 고유성 자체가 아니라, 창의성을 인간만의 전유물로 간주해 온 기존의 전제가 흔들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AI와의 공진화는 기존의 창의성과 창작관을 파괴하고 새로운 미학적 패러다임을 요구하고 있다.

AI 창작물의 진화와 법적 쟁점
제이슨 앨런의 《스페이스 오페라 극장》에 대한 미국 저작권청의 등록 거부는 인간 중심적 저작권법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냈다. 현재 이 사건은 콜로라도 연방지방법원에서 재판이 진행 중이며, 2026년 4월 현재 판결은 미확정 상태다. 단순히 한 작품의 문제를 넘어, AI 보조 창작물 전반의 저작권 인정 기준을 정립하는 역사적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전 세계 법조계와 예술계가 주목하고 있다.
한편 미술 시장과 제도권은 이미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크리스티 경매에서 약 5억 원에 낙찰된 《에드몽 드 벨라미》는 AI 생성 작품이 상업적 가치를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첫 사례이다. 낙찰자는 익명의 전화 응찰자로만 알려져 있다. AI 생성 작품을 전시한 MoMA의 사례는 이러한 흐름을 더욱 명확히 보여준다. 케이트 크로퍼드와 블라단 욜러의 《AI 시스템의 해부》는 아마존 에코의 작동 구조 전체를 코발트 광산 노동자부터 기업 CEO까지 하나의 거대한 시스템 지도로 시각화한 대형 프린트로, AI 기술 이면의 인간적·물질적 조건을 정면으로 드러낸다. 레픽 아나돌의 《비지도학습》이 MoMA 영구 소장품으로 편입된 것은 단순한 수집 결정을 넘어, 미술 제도권이 AI를 보조적 도구가 아닌 독자적 창작 주체로 공식 승인했음을 선언하는 상징적 사건으로 읽힌다.

자본과 제도는 이미 기술을 창작의 주체로 편입시키고 있다. 소니의 '플로머신', 국내의 '이봄'과 '시아', 그리고 OpenAI의 'Sora'에 이르기까지, AI는 이제 단일 매체의 경계를 넘어섰다. 텍스트·이미지·음성·영상을 동시에 처리하는 멀티모달(Multimodal) 통합 창작이 가능해지면서, AI는 인간 창작자의 영역을 단순히 보조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대체하는 국면으로 진입했다.
사람이 책을 읽고, 그림을 보고, 음악을 듣듯 저마다 다른 감각 채널로 세계를 인식하는 것처럼, AI 역시 복수의 모달리티(Modality)를 통해 정보를 수용하고 처리한다. 오늘날의 멀티모달 AI는 이 감각 채널들을 점점 더 넓고 긴밀하게 통합하는 방향으로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지능적 거울인가, 자율적 주체인가
AI의 창작 주체성을 둘러싼 논쟁은 의미, 지향성, 체화라는 세 가지 지점에서 공전한다.
비판론자들은 AI가 확률적 최적화에 기댄 '통계적 좀비'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인간의 인지 역시 생물학적 신경망의 연산에 기반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연산 방식의 유사성만으로 AI의 창작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는 것도 성급한 결론이다. 다만 연산의 형식적 유사성이 곧 의미 생성 능력의 동등함을 보장하는지는 여전히 의문으로 남는다. LLM(거대언어모델)이 보여주는 자기 수정 능력을 기초적 메타인지의 발현으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으나, 이를 진정한 자기 인식과 동일시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연구자들 사이에서도 견해가 엇갈린다.

또한 프롬프트를 목적 함수로 치환하는 과정은 인간의 의도와 기계의 실행 사이의 경계를 허문다. 로보틱스와 결합한 체화된 AI(Embodied AI)는 물리적 세계와의 직접적 상호작용을 통해 경험적 데이터를 스스로 축적하기 시작했다. 지능이 뇌가 아닌 몸과 환경의 관계 속에서 형성된다는 체화인지이론의 관점에서 보면, 이는 AI가 인간의 인지 구조 자체를 모사하는 단계로 진입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결국 AI는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인간의 상상력을 투사하는 동시에 스스로 변주하는 자율적 창작 파트너로 격상되고 있다.

세계 각국의 저작권 논쟁
2025년을 기점으로 세계 각국은 AI 창작물의 권리 관계를 정립하기 시작했다. AI가 단독으로 생성한 창작물에는 저작권이 인정되지 않으며, 인간의 실질적 기여가 확인될 경우에만 부분적 저작권이 인정될 수 있다는 기조는 유지되고 있다. AI 학습 과정에서 기존 저작물이 무단으로 활용된다는 문제는 여전히 논란의 중심이다.
미국은 '인간 저작자' 원칙을 사법적으로 확정했고, EU는 학습 데이터 공개를 법제화했다. 영국·독일은 소송과 라이선스 협상을 병행하며 실리를 모색하고, 일본은 허용 범위를 가장 넓게 열어두고 있다. 전 세계 14개국 중 명확한 법적 기준을 갖춘 나라는 셋뿐이다. 논쟁의 향방은 판결보다 업계와 사회의 합의가 먼저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
2024년 채택된 EU 인공지능법(EU AI Act)은 생성형 AI에 대한 투명성 의무와 저작권 요약본 공개 의무를 명시하며 첫 제도적 기준을 제시했다. 중요한 것은 AI가 학습한 인류 공통의 자산이 어떻게 창의성을 촉진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낼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일이다.

미래의 창작: 편집자로서의 인간
창작 환경에서 인간은 '지휘자'라는 우아한 명칭 뒤로 물러나 있다. 점차 기술적 숙련도가 상향 평준화되면서 작가의 차별성은 '무엇을 만들 것인가'가 아니라 '무엇을 남길 것인가'라는 선별적 안목에서 결정될 것이다.
불완전함·우연성·신체적 흔적 등 AI가 재현하기 어려운 인간적 속성에 주목하는 시도들이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이 단순한 향수나 감성적 차별화에 머문다면 기술의 파고를 넘는 근거가 되기 어렵다. 인간의 차별성은 AI가 생산할 수 없는 형식적 특성이 아니라, 그 창작물이 특정한 사회적 맥락과 실존적 이유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서 비롯되어야 한다.
생성형 AI가 창작의 '어떻게(How)'를 해결했다면, 인간은 더욱 가혹하게 '왜(Why)'라는 질문 앞에 서 있다. AX 시대의 창작은 더 이상 영감의 산물이 아니라, 기계적 연산 결과물에 인간의 가치관을 이식하는 고도의 비평적 행위다. 효율은 AI가 채울 수 있지만, 의미는 여전히 인간이 부여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