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달 경주예술의전당 대공연장에서 국내 초연을 하며 전석매진을 기록했던 뮤지컬 <무녀도 동리>가 서울 공연을 시작한다.
뮤지컬 <무녀도동리>는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내에 위치한 극장 용(YONG)에서 10월 11일(금)부터 11월 3일(일)까지 장기공연을 한다. 서울 공연에서는 박선미, 정혜영, 노현희 씨 뿐 아니라 드라마, 영화 등에서 활약하고 있는 뮤지컬 배우 김선경, 김수용 씨도 함께 출연한다.
1936년 발표된 김동리 작가의 소설「무녀도」는 이 그림으로 전해지는 모자간의 슬픈 이야기를 통해 역사의 격변기 속에서 발생하는 운명론적 세계관을 반영하고 있다. 1972년에 제작된 영화 <무녀도>는 당대 최고의 배우였던 윤정희(모화 역), 신성일(욱이 역), 김창숙(낭이 역), 허장강 등이 출연하여 사랑을 받았다. 무녀도가 뮤지컬로 제작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며, 뮤지컬 <무녀도동리>에서의 모화 역은 소설 원작의 캐릭터를 고스란히 반영하면서도 시대적 격변기를 홀로 헤쳐 나가야만 했던 기구한 운명의 여성상을 대변하게 된다. 무당 모화는 가치관이 다른 아들과의 대립을 통해 결국 혈연의 비극적 파탄을 맞이하는 인물이지만 결코 그녀가 택한 결정을 비난할 수 없는 것이 원작의 묘미이기도 하다.
뮤지컬 <무녀도동리>는 ‘2013년 극장 용 기획공연 공모’ 당선작이며, 소설가 김동리 작가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여 국립박물관문화재단과 경주문화재단이 함께 만들어 공연된다.
기획 연출을 맡은 엄기백 예술감독은 이 작품을 종교적 대립이나 세대간의 갈등이 아닌, 역사의 순환과정에서 발생하는 시대적 요구를 어떻게 선택할 지에 대한 태도의 문제로 치환시켜 지금도 유효한 당면과제들을 제시하고 있다고 한다.
(소설 줄거리) 모화는 경주 근처의 한 마을에서 이름난 무당이다. 모화는 무녀의 뒤를 이어갈 수양 딸 낭이와 함께 살고 있었다. 모화가 귀신이 지피기 전인 젊은 시절 최도령과의 사이에서 난 사생아 아들 욱이가 어느 날 돌아온다. 아홉살에 절간으로 보내졌던 아들 욱이에게서 모화는 최도령의 모습을 본다. 그러나 홀로 성장해 오면서 욱이는 이미 선교사의 도움으로 기독교인이 된 뒤였다. 차츰 모자간에 종교적 갈등이 시작되고 마을 한편에서는 교회가 들어오면서 모화는 불안한 마음에 휩싸이기 시작한다. 예수 귀신이 씌였다고 굿을 하는 모화와 어머니를 위해 기도하는 욱이의 대립 양상은 점차 극으로 치닫는다. 성경을 불에 태우는 모화를 발견하고 이를 빼앗으려는 욱이는 드디어 어머니의 손에 칼 맞아 죽게 되는 비극을 맞는다. 그러다가 어느 날 모화는 부잣집 며느리의 혼백을 구하는 굿을 하다가 넋을 잃고 물 속으로 들어가 잠기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