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만(Steve Rhee)은 리브라더스(Rhee Bros., Inc.)라는 미국의 식품유통회사 설립자다. 그는 1968년 정치학을 공부하기 위해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중도에 학비를 좀 보내달라고 한국에 있던 어머니에게 부탁하자, 돈이 없던 이승만의 어머니는 학비대신 마른 오징어를 보내주었다. 할 수 없이 이승만은 마른 오징어를 팔기 시작했다. 오징어는 기대보다는 잘 팔렸다. 어머니에게 더 보내달라 하여 판 오징어도 잘 팔리자, 아예 그의 세 형제와 함께 미국 메릴랜드에서 식품유통회사를 창업한다.
이승만은 미국시장에서 식품 유통을 하다보니 브랜드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었다. 1987년에는 고추장을 팔기 위해 미국 특허청에 "순창"을 상표로 등록했다. 한국의 지명 순창이 아닌 "순수한 창"(pure spear)이라는 의미라고 주장했다.
순창 브랜드로 판매한 제품명은 "순창 찹쌀고추장"이었다. 고추장 제조는 중국 등 타 지역에서 했다. 소비자들은 중국 등에서 생산된 고추장이 한국 순창에서 생산된 고추장으로 오인하기도 했다. 1989년에는 미국 롯데플라자와 제휴했다. 리브라더스사가 독자적인 주력브랜드로 "아씨마트"를 만들면서 리브라더스의 유통망은 미국 전역과 전 세계 30여 개국으로 퍼졌다.
청정원 순창 고추장을 팔고있는 대상(주)은 1956년 창업주 임대홍 회장에 의해 설립된 식품회사다. 임 회장은 일본에서 조미료 제조 기술을 배워 한국에 건너와 동아화성공업(주)를 설립하고 미원 브랜드로 조미료를 팔기 시작했다. 미원이 주부들 사이에서 폭발적 인기를 끌자, 1962년 회사명을 아예 (주)미원으로 변경했다. 1997년 전문경영인 고두모 회장이 회사명을 대상으로 변경했다.
대상은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는 물론, 유럽 미주 중국 등지에 8개 공장과 10여 개 현지법인을 운영하고 있으며 전 세계 87개국으로 진출했다.
고추장 브랜드 전쟁
2001년. 리브라더스는 순창고추장이라는 상표권을 침해했다며 대상 고추장 유통업체인 한아름, 서울식품 등을 상대로 "상표권 침해 및 부정경쟁행위 중지" 소송을 제기한다. 이로 인해 유통업체들은 "청정원 순창 고추장"을 판매하기 어려워졌다. 국내에 오래전부터 알려진 청정원 "순창 태양초 고추장" 브랜드로 미주 시장에 진출했던 대상에게는 리브라더스의 브랜드 전략은 커다란 걸림돌이었다.
2003년. 대상은 리브라더스를 상대로 상표 무효화 및 업무방해 금지 소송을 낸다. 대상은 조지워싱턴대의 커크 라센 교수 등 미국의 동아시아학 학자들을 증인으로 내세워 순창고추장의 역사를 설명하는 등 다각도로 리브라더스사의 "순창" 상표등록의 무효를 주장했다.
2005년 5월 26일, 미국 메릴랜드주 연방법원은 "순창은 조선시대 때부터 왕에게 고추장을 진상하던 고을의 지명이며, 따라서 당연히 한국인들은 "순창"이라는 말을 들으면 "순수한 창"으로 이해하지 않고 "전라도 순창"이라는 지명을 연상한다"라면서 "그러므로 아씨마트 측의 "순창 고추장" 상표권은 당연히 취소돼야 한다, 대상의 "순창" 사용행위는 상표권 침해에 해당하지 않으며 리브라더스사의 "순창" 상표 등록은 지리적 오인 표시 행위이므로 무효이며 보호되지 않는다"라고 대상의 손을 들어줬다. 소송비용만 200만 달러에 달했다.
2005년, 대상은 순창군청 측과 협의해 미주지역 외에서도 한국의 "순창"이 아닌 타 지역에서 생산돼 판매되고 있는 "순창 고추장"에 대해 "순창" 브랜드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법적 조치를 취했다. 지리적 표시 등록을 한 것이다.
2006년, 대상(주)의 "순창 태양초 고추장"은 한국 산업자원부 주관 세계일류상품에 선정됐다. 선정되려면 세계 시장 점유율이 5위 안에 들어가고 연간 수출액이 500만 달러 이상이어야 한다. "순창 태양초 고추장"은 단맛의 상승현상을 방지하는 특허기술 등이 적용된 대상의 고추장 브랜드이다.
순창과 전통고추장
순창고추장이라는 브랜드를 놓고 거대 식품회사인 리브라더스와 대상이 서로 자신의 것이라 주장하며 소송비용을 200만 불이나 썼건만, 정작 고추장의 고장 순창은 순창고추장 브랜드의 권리화에는 관심이 없었다. 대상만이 아니라 1980년대부터 여러 지역에서 순창으로 이주해 온 고추장 생산업자들은 순창고추장을 생산하여 판매하기 시작했다. 순창에 공장이 있으니 모두 순창고추장이었다.
순창군은 뒤늦게 곳곳의 고추장 장인을 한데 모아 새롭게 고추장 민속마을을 만들었다. 2006년 고추장 민속마을은 순창고추장 대신, 순창전통고추장을 지리적 표시 단체표장으로 등록했다. 이제 고추장 민속마을에서 생산되는 고추장 외에는 순창에서 생산되더라도 순창전통고추장이라 부를 수 없다. 고추장의 본고장 순창에서는 이제 순창고추장이 아니라 순창전통고추장이 만들어진다.
순창전통고추장이라는 지리적 표시 브랜드로 살아가는 순창 농가는 40여 가구 정도다. 고추장 민속마을에서는 매년 11월 초순에는 순창 고추장 축제가 개최된다.
지리적표시보호제
지리적표시(Geographical Indication)는 원래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만들어진 제도이다. 단순 지리적표시와 달리 품질관련 지리적표시(qualified geographical indication)는 지식재산(intellectual property)에 해당한다.
쿠바의 하바나 시가, 프랑스의 브르고뉴 포도주, 보르도 포도주, 샹빠뉴(샴페인) ,꼬냑 등은 지리적 표시 보호제에 의한 농산물 브랜드이다. 제품명이 원산지명이다.
지리적 표시는 반드시 지리적 명칭이어야 하며, 지리적 명칭과 관련이 없는 브랜드는 상표로는 가능하나 지리적표시의 대상은 아니다.
지리적표시에 대한 보호가 다자간의 통상 관계에서 처음 명문화된 것은 TRIPs협정에서이다. 이 협정에서는 "지리적표시란 상품의 특정 품질, 명성 또는 그 밖의 특성이 본질적으로 지리적 근원에서 비롯되는 경우, 회원국의 영토 또는 회원국의 지역 또는 지방을 원산지로 하는 상품임을 명시하는 표시"로 정의했다. 미국과 EU는 다자간 및 양자간 혹은 복수간 통상 협상에서 자국의 지리적 표시 보호 제도를 상대국에 강요하고 있으며, 지리적 표시 보호 메커니즘은 통상압력의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지리적표시의 대상이 되려면 해당 품목의 우수성이 국내나 국외에서 널리 알려져야 하고(유명성), 해당 품목이 대상지역에서 생산된 역사가 깊어야 하며(역사성), 해당 상품의 생산, 가공과정이 동시에 해당 지역에서 이루어져야 하고(지역성), 해당 품목의 특성이 대상지역의 자연 환경적(지리적, 인적) 요인에 기인하며(지리적 특성), 해당 상품의 생산자들이 모여 하나의 법인을 구성해야 한다(생산자의 조직화)
지리적 표시는 상표와 달리 개인의 절대적 권리로써 보호를 받지 못한다. 왜냐하면 지리적 표시와 관련한 배타적 사용권은 모든 지역관계자에 의한 지리적표시의 자유사용의 원칙에 위배되기 때문이다.
상세내용
고추장과 블루베리
순창이 고추장으로 유명해 진 것은 조상과 지역의 날씨 덕분이다.
태조 이성계는 어린 시절의 스승인 무학대사가 기거하던 순창의 만일사를 찾았다. 만일사로 가던 길에 들렀던 어느 농가에서 먹은 점심은 잊을 수 없을 만큼 맛이 있었다. 특히 매운 장은 그 맛을 잊지 못할 만큼 중독성이 있었다. 이성계는 환궁하여 순창농가의 매운 장을 진상하도록 명했다. 이성계가 맛본 고추장은 고추가 아닌 천초(초피나무 열매 껍질)로 담근 장으로 추정된다. 이후 고추로 고추장을 담그면서 순창의 고추장 맛은 천하 일미라는 소문이 돌기 시작하며 임금에게 진상되었다.
순창고추장이 맛있는 이유는 순창의 날씨 덕분이다. 순창 날씨는 고추장 발효에 최적이다. 순창의 강우량은 전국 최저, 일조량은 전국 최고이다. 연평균 섭씨 12.4도, 습도 72.8%, 안개일수 77일로 최적의 발효환경이다. 또한 섬진강이 흐르는 순창지역의 물에는 철분 등 미네랄이 많아 남다른 맛을 낸다.
순창의 날씨는 고추장에게는 좋지만, 사람에게는 별로이다.
고추장 브랜드의 권리화나 저작권에는 관심이 없으면서 초상권은 주장하는 모양새다. 강천산에서 고추장민속마을로 이동 하던 길에 고추장 단지 파는 아낙네가 있어 사진 한 장 찍으려니 앞에 있던 남자가 찍지 말라 한다. "아무리 기자라도...." 라면서 말을 잇지 못한다. 정작 재산 가치가 있는 고추장 브랜드의 권리화는 뒷전이고, 고추장 파는 아낙네의 초상권에는 민감하다. 사진은 찍지 않았다. 고추장 파는 아낙네가 사진 저작물이 될 기회도 사라졌다.
조상 덕을 보았고 지리적 여건도 주어졌건만, 지금 순창 사람들은 고추장보다는 블루베리로 주로 먹고 산다. 순창군은 전국 최고의 블루베리 고장의 명성을 다지기 위해 2014년 7월 5일부터 이틀 동안 블루베리 어울마당 축제를 개최한다. "순창 블루베리 찾아 보랏빛 나들이"라는 주제의 축제는 구림면 삭골 소득개발시험포와 20여 개 블루베리 체험농장에서 진행된다. 블루베리 축제에 참석했다면 순창 마실 길도 강 따라 걸어보면 좋다. 강 따라 물 따라 이야기가 얽힌 순창 마실 길은 자전거 하이킹 코스로도 제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