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호 태풍 나크리(NAKRI)의 영향으로 3일 내내 오락가락하는 비와 함께한 2014 밴프산악영화제월드투어울주상영회(The Banff Mountain Film Festival World Tour in Ulju)가 8월 3일 밤을 끝으로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산을 매개로 모험가들의 인내와 도전의 다이나믹한 기록을 담은 세계 최고 산악영화 25편이 울산광역시 울주군 작수천 별빛야영장에서 짧게는 3분, 길게는 50분 분량으로 상영되어 3일내내 짜릿한 감동을 선사했다.
8월 1일 개막작인 <찰나의 순간(스웨덴 8분)>에서는 ‘할 수 있다’ 는 도전 의식으로 똘똘 뭉친 세계 정상급 윙수트 플라이어들의 다이나믹한 공중 곡예와 새처럼 하늘을 나는 아찔한 장면이 관객들에게 짜릿한 일체감을 불러일으켰다. 또한 20대의 세계적인 암벽 등반가 다니엘 우즈와 43세의 베테랑 등반가 히라야마 유지가 한 팀을 이뤄 키나발루산 깍아지른 듯한 절벽을 두손과 두발, 그리고 생명줄인 로프에 의지해 정상에 도달하는 과정을 담은 ‘스승(26분-미국)’ 등 총 8편의 작품이 상영됐다.
8월 2일 둘째 날, 중국 후난성 티안멘(천문) 산에 있는 현세와 사후세계를 연결한다는 아치형 협곡을 특수 날개옷 윙수트만으로 통과하는 과정을 담은 작품 <천문(핀란드 50분)>이 관객들의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정상급 윙수트 플라이어 젭 콜리스가 마침내 도전에 성공, 아치형 계곡을 뚫고 날아오자 "브라보!"란 탄성이 객석에서 터져 나왔다. 빗소리와 박수 소리, 그리고 감동이 하나가 되는 순간이었다. 이외에도 대형 스크린 속 시원한 설산을 누비는 스키어들의 묘기를 담은 <불 타오른 길을 따라 (캐나다 6분)> 등 총 8편의 작품이 세찬 비속에서도 상영되었다.
상영회 마지막날 3일에는 세계 각국에서 모인 뛰어난 라이더 7명이 산악자전거로 뉴질랜드의 산악지대를 누비는 박진감 넘치는 영화 <나쁘진 않아 (캐나다 10분)>로 시작했다. 관객들의 큰박수를 받은 <태양의 북쪽 (노르웨이 46분)>은 2013년 ‘밴프산악영화제’ 그랑프리 작품으로 북극해의 극한의 자연환경에서 노르웨이의 두 모험가가 서핑과 스키를 즐기며 자연과 동화되는 과정을 아름다운 영상미로 표현해 관객을 압도했다. 또한 금방이라도 화면을 뚫고 튀어나올 듯한 거센 물줄기를 따라 강과 계곡을 가로지르는 아슬아슬한 카약의 세계를 경험해 볼 수 있는 <협곡에 에워싸여 (미국 20분)>가 상영되었으며, 미국 캘리포니아의 1만 4천 피트의 봉우리를 맨손으로 등반하는 두 젊은이의 패기 있는 도전을 그린 <극한 고통에의 탐닉 (미국 18분)’을 마지막으로 3일간 총 25편의 상영회가 무사히 막을 내렸다.
태풍의 영향으로 우중상영회가 되었지만, 주최측이 마련한 비닐 비옷을 입고 객석을 메운 관객들은 야외상영관에서 비를 맞으며 영화를 본 색다른 추억을 만든 것에 오히려 즐거워했다.
울주군에서는 지난 2010년부터 ‘영남알프스 문화콘텐츠 개발 프로젝트’를 세워 체험하고 즐기는 새로운 산악문화를 창출하기 위해 노력 중에 있으며, 2016울주세계산악영화제 개최를 추진 중에 있다.
한편 8월 1일 개막식에는 1977년 한국 최초의 에베레스트 등정 당시 등반대를 이끌었던 등반대장 김영도씨를 비롯해 만화가 이현세, 작곡가 김희갑, 작사가 양인자 선생, KBS2TV 드라마 <순금의 땅>을 집필한 방송작가 이선희씨, 백학기 무주산골영화제 부조직위원장과 <마당을 나온 암탉>의 오성윤 감독 등 각계각층의 원로와 영화관계자들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올해 상영회 장소인 별빛야영장은 오토캠핑장 20면, 숲속캠핑장 25면(야영데크) 등 총 45면의 캠핑시설로 작수천 맑은 물이 흐르고 있는 계곡에 위치, 영남알프스의 신불산과 가지산의 전경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