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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산업의 AX, 화려한 시연을 넘어 생태계 혁신으로
2026년 방송산업은 AI 도입 여부를 논하는 단계를 지났다. 이제 중요한 질문은 하나다. AI를 얼마나 많이 쓰느냐가 아니라, 방송의 제작 방식과 비즈니스 모델을 얼마나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느냐다.
선거방송이 보여준 가능성
지난 6·3 지방선거 개표방송은 국내 방송사들의 AI 활용 수준을 보여준 대표적인 무대였다.
SBS는 OpenAI 코리아와 업무 협약을 맺고 한국 지상파 최초로 ChatGPT 개발사와 개표방송을 공동 제작했다. AI가 실시간 개표 데이터를 분석해 스토리텔링형 콘텐츠로 즉시 전환했다.
KBS는 국립중앙박물관 거울못에 AR 그래픽을 투영했다. 특정 지역 개표 결과가 해당 지역 출토 유물과 실시간으로 연결되는 연출로, 단순한 시각 효과를 넘어 시청 경험 자체를 바꿨다는 평가를 받았다.
JTBC는 자체 여론조사 메타분석 시스템 '메타J'를 전면에 내세워 기획·개발·검증 전 과정에 AI 기반 방법론을 심었다. 일회성 효과보다 제작 방법론 자체를 바꾸려 했다는 점에서 세 방송사 중 가장 구조적인 접근이었다.

그러나 선거방송의 AI 활용은 본질적으로 이벤트성·일회성이다. 방송산업 전체가 AX를 완성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기획부터 편집까지, 제작 현장이 달라지고 있다
실제 제작 현장에서 AI는 기획, 촬영, 편집, 아카이브 관리 등 다양한 업무에 스며들기 시작했다.
기획 단계에서 AI는 작가와 PD가 수개월씩 투입하던 트렌드 분석과 데이터 수집을 수십 분 안에 처리한다. 시청률 예측 모델로 타깃 시청층에 맞는 포맷을 초기 단계부터 도출하고, AI와 인간 작가가 실시간으로 대사 대안을 주고받는 협업도 일상화됐다.
촬영 단계에서는 생성형 AI 기반 버추얼 스튜디오가 해외 로케이션이나 위험 촬영 환경을 대체한다. 배우의 연령대를 시각적으로 조정하는 디에이징 기술과 다국어 립싱크 AI는 콘텐츠의 글로벌 동시 유통 속도를 높이고 있다.
편집·아카이브 단계에서는 AI가 수백 시간 분량의 촬영 원본에서 감정 표현과 오디오 상태를 분석해 핵심 컷을 자동 분류·추천한다. 수십 년간 쌓아온 아카이브 영상도 AI 태깅으로 즉시 호출 가능한 자산이 됐다.

다만 이러한 활용 수준은 방송사와 제작 부문에 따라 편차가 크다. 일부 선도 사례를 산업 전체의 현실로 일반화해서는 안 된다.
방송광고도 바뀐다
방송광고 분야도 변화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AI는 콘텐츠 맥락을 분석해 광고 소재를 추천하거나, 다양한 버전의 광고 크리에이티브를 빠르게 제작하는 데 활용되고 있다.
그러나 가구별 맞춤 광고나 실시간 광고 생성은 아직 기술적·제도적 제약이 적지 않다. 기술의 가능성과 실제 상용화 수준을 구분해 볼 필요가 있다.
진짜 과제는 기술이 아니라 경영이다
방송산업 AX의 핵심 과제는 기술보다 경영에 있다. AI는 새로운 비용 구조를 만든다. GPU 인프라 구축, 데이터 정비, AI 모델 운영, 인력 재교육까지 상당한 투자가 필요하다. 방송사가 증명해야 할 것은 AI를 얼마나 도입했는지가 아니라, 생산성을 얼마나 높이고 새로운 수익을 창출했는지다.
경쟁 환경의 변화도 직시해야 한다. 방송사의 경쟁 상대는 더 이상 다른 방송사가 아니다. 유튜브, 넷플릭스, 숏폼 플랫폼 같은 글로벌 디지털 플랫폼이 콘텐츠 소비 시간을 빠르게 가져가고 있다. AI는 제작 효율을 높이는 도구이면서 동시에 플랫폼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생존 전략이기도 하다.

해결해야 할 질문들
기술의 진전과 별개로, 아직 답하지 못한 질문들이 남아 있다.
AI 활용 인력을 어떻게 양성할 것인가. 학습 데이터와 생성물의 저작권은 어떻게 정립할 것인가. 생성형 AI의 오류와 허위정보를 어떤 검증 체계로 걸러낼 것인가. 질문들은 모두 기술이 아니라 사회적 합의와 제도 설계의 영역이다.
구조의 혁신이 필요하다
방송산업의 AX는 화려한 기술 시연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이벤트성 혁신이 아니라 제작 시스템, 조직 문화, 수익 구조까지 함께 바꾸는 생태계 혁신이다. AI는 방송의 미래를 결정하는 기술이지만, 그 성패를 가르는 것은 기술 자체가 아니라 이를 산업 경쟁력으로 연결하는 전략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