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8천여 신들과 탐라인의 어울림 축제
태초에 이 곳 제주 땅에 모두가 어울려 노는 신들의 축제가 있었다.
신들의 중심 설문대할망은 치마에 담고 온 흙을 주물러 한라산과 360여개 오름을 만들었다. 할망이 만든 산과 오름에 새로운 생명들이 생겨나기 시작하여 탐라왕국이 탄생하였다. 1만8천여 신들이 탐라왕국을 축복하고 그 축복아래 사람들은 천년동안 평화롭고 행복하게 살 수 있었다.
그러나 이웃 나라들의 시기와 음모로 탐라왕국의 영화는 점차 기울어져 갔다. 이를 걱정하는 사람들은 탐라왕국이 부활할 수 있게 해 달라고 설문대할망에게 애원했다.
이에 설문대할망은 이레 안에 명주 백동으로 옷을 만들어 오면 부활의 힘을 주겠노라고 약속했다. 단, 탐라 사람들이 한 곳에 모여 한마음으로 춤추고 노래하는 축제를 벌이면서 명주옷을 만들어야 한다는 조건이었다.
그러면서 몇몇 신들에게 축제를 위한 역할을 부여했다.
"농경신 자청비는 사람들이 탐라의 흙과 그 속에서 자라는 곡식들의 소중함을 알게 하라"
"영등신은 바람마차를 만들어라. 그래서 사람들이 축제장에 무사히 도착하도록 도우라"
"부엌신 조왕할망은 탐라의 물과 불을 모두 써서 사람들이 즐겨 먹을 수 있게 만들라"
"생명신 삼승할망은 축제에 같이 온 아이들을 잘 보살피도록 하라"
"오백장군은 사람들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축제를 즐길 수 있도록 하라"
특히 해안마을의 여신들에게는 사람들에게 대접할 돼지고기를 충분히 준비하도록 하라고 명령했다.
설문대할망의 명에 따라 여러 신들은 제각기 바삐 움직여 축제를 준비하였다. 이에 까마귀, 개, 개미 등 모든 짐승들도 함께 일을 도왔다. 설문대할망의 축복아래 사람들은 웃음꽃을 피우며 축제를 즐기면서 명주짜기를 거듭했다.
1만 8천여 신들은 탐라 사람들에게 건강과 행복을 골고루 나눠주었다.
드디어 이레째 되는 날 거대한 명주 옷이 완성되었다. 설문대할망은 탐라사람들이 만든 명주 옷을 입고 크게 기뻐하며 우렁차게 외쳤다.
"탐라여 부활하라! 탐라여 부활하라! 부활의 바람을 맘껏 느껴라!"
그 자리에 함께 있던 모든 신과 사람들과 짐승들이 감격하여 기쁨의 환호를 부르짖었다.
그런데 이 광경을 지켜보던 저승할망이 갑자기 질투가 났다. 그러더니 느닷없이 탐라왕국의 왕자 <탐나>를 저승으로 데려가 버린 것이다. 이에 놀란 사람들은 왕자를 구해달라고 설문대할망에게 매달릴 수 밖에 없었다. 설문대할망은 탐라를 살리려면 하루가 지나기 전에 서천꽃밭에서 <부활꽃> 즉 환생꽃을 찾아야 된다고 했다. 탐라사람들이 급히 서천꽃밭으로 달려갔고, 바람의 신 영등신은 꽃감관을 재우는 미풍을 불어 부활꽃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왔다.
하지만 서천꽃밭에는 너무나 많은 꽃들이 많이 피어 있어서 부활꽃을 분간해 내기가 여간 어렵지 않았다. 애타게 뒤졌지만 그러는 사이에 시간이 흘러 탐나 왕자가 저승으로 간 지 하루가 지나가 버렸다.
사람들은 왕자를 살릴 수 없다는 절망감에 눈물을 흘리게 되었다. 그 때 탐라왕국 사람들의 정성과 슬픔에 크게 감동한 설문대할망은 그들에게 새로운 약속을 한다.
"내년에 다시 한 자리에 모여 축제를 열라. 그리고 서천꽃밭에서 부활꽃을 찾아오라. 그러면 탐나 왕자를 살려 주겠노라"
사람들은 크게 안도하여 기뻐하며 다음 해에 모여 축제를 열고 서천꽃밭에서 부활꽃을 찾기로 약속하며 환하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