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1월 둘째 주말입니다.
가을의 끝자락에 추억을 만들고 싶은 사람들이 많은가 봅니다. 이 가을이 지나가기 전에 단풍의 마지막 매력을 붙잡으려는 도시인들이 산을 찾고 있습니다. 걷기열풍이 한 몫을 한 듯했고, 대둔산축제가 끝났는데도 기록적인 인파가 밀려왔습니다.
금강구름다리 그리고 삼선계단에 개미떼 같은 사람떼가 이렇게 줄을 이어 갈 줄을 누가 미리 상상이나 했을까요?
어지러운 고소공포증도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사람이 많았습니다.
1895년2월18일 이 곳에서 있던 일을 사람들은 알기나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동학혁명의 지도자급 25여명이 이 곳 대둔산 정상에서 한꺼번에 투신자살한 역사적 사실이 있었답니다. 이 곳에서 일본군과 3개월간 최후의 항전을 벌이다가 결국 체포되는 것을 거부하고 전원 몸을 내 던진 슬픈 이야기를 산바람이 전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단풍 앞에서는 사진으로 남기고 싶은 충동이 누구나 일어나는가 봅니다.
온 산이 붉게 물들었을 때가 엊그제 였는데 이젠 낙엽이 바람에 휘몰아 떨어지고 있습니다. 어느덧 자작나무도 훌훌 허울을 벗은 채 히멀건 에스라인을 드러내기 시작했습니다. 조금이라도 젊었을 때 추억을 만들기 위해 단풍 앞에서 포즈를 취합니다. 자연이 벌이는 만추의 향연을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하는 금쪽같은 시간입니다.
이제 가을 바람이 바위틈새로 휘돌아나가며 단풍의 아름다움을 낙엽의 정취로 변화시키는 중입니다.
오히려 등산객들의 옷 색깔이 단풍보다 아름다울 정도로 알록달록했습니다.
한 시간 반씩 줄을 서야 케이블카를 탈 수 있어 이를 포기하고 등산로로 발길을 향했습니다. 그런데 금강구름다리에서도 삼선계단에서도 한 시간 이상 줄을 서야 했습니다. 차는 밀리지 않고 잘 왔는데, 사람이 밀려 산행시간이 길어졌습니다.
대둔산 기슭에서는 온 고을의 단풍이 수 십대의 관광버스도 물들어가며 축제를 벌이고 있었습니다.
2010. 11. 13.